임우선 산업2부 차장 “엄마! 지우개가 6개나 들어 있는데 1000원이야!” 얼마 전 아이와 문구점에 갔다가 둘 다 신이 났다. 살인적 물가로 유명한 뉴욕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다 오니 한국이 마치 천국처럼 느껴져서다. 맨해튼 문구점에서 지우개는 개당 최소 3000원, 비싸면 1만 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5000원에 팔아도 불티나게 팔렸을 걸 1000원에 팔다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식품, 문구류 등 한국 쇼핑에 흥분할 때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다. 2026년 현재 맨해튼에서는 4인 가족이 탕수육 없이 짜장면만 먹어도 최소 12만 원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생수 한 병은 6000원, 아이스 커피 한 잔은 1만3000원, 샌드위치 한 개 2만 원, 30분 주차료는 5만 원 내외로 생각하면 된다. 수십, 수백억 원대 연봉인 이들이 즐비하고 이 정도 물가가 일상인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제품 가격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심지어 제품의 질도 좋아서 ‘뉴욕이었으면 이 가격의 세 배여도 무조건 팔렸다’ 싶은 게 정말 많다. 현재 한국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에 국내 시장의 파이는 날로 쪼그라들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도화된 인터넷과 가격 비교 서비스의 발달로 가격 경쟁 또한 피 튀기는 수준이다.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에 마진도 날로 줄고 있다. 최근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한계 상황에 몰려 파산하는 기업의 비중 또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이 충분한 수익을 내기에 한국이란 시장은 너무도 작고 치열하다. 하지만 그 작고 치열한 시장 덕분에 각 분야별 국내 기업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제품과 가격, 서비스 경쟁력을 갖게 됐다. 새롭고 독특한 제품도 어떤 시장보다 많다. 대기업 제품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지우개 하나, 연필 한 자루까지도 ‘외국에 가져다 팔면 대박일 텐데’ 싶은 게 즐비하다. 한국에 와 쇼핑을 할 때마다 실질적 수출 노하우와 네트워크만 제시된다면 날개를 달 회사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갖고 있어도 작은 기업들에게 바다 건너로 배를 띄운다는 건 막막하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는 한국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과 물량을 기꺼이 소화할 의사가 있는 구매력 넘치는 시장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시장에서는 가격이 꼭 ‘박리(薄利)’인 게 정답도 아니다. 품...
[광화문에서/임우선]진짜 보물섬은 바다 건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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