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만 채, 한 채당 2명이 거주한다고만 가정해도 150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있는 거대한 시장. 그런데 한국의 민간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딱히 대표 기업이나 브랜드가 떠오르지 않는다. 옆나라 일본만 해도 도큐, 미쓰이, 스미토모 같은 대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임대주택을 공급,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민간 임대주택 시장은 아마추어적이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정확한 전월세나 매매 시세를 알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에 의존해야 했다. 지금도 거래가 적은 오피스텔이나 빌라 중에는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품의 가치도 정확히 모른 채 구매를 하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5000원짜리 커피는 카드로 결제해도 수십만 원 월세는 현금 이체가 대부분이다. 집 수리할 일이라도 생기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옥신각신해야 한다.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는 이런 시장을 양성화하려는 시도였다. 임대사업자가 스스로 자신의 주택을 신고하도록 유도해 ‘깜깜이’였던 민간 임대주택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세입자 보호를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지키도록 한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 지나치게 과도한 세제 혜택을 누리도록 설계해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됐지만 의도만 놓고 보면 필요했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등록 임대사업자 제도가 개별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였다면, 2015년 도입된 뉴스테이 사업은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을 늘려 민간 임대주택 ‘산업’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이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이름과 요건을 바꿔 10년 넘게 사업 형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요지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나마도 임대 수익보단 매각 혹은 분양을 통한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대사업 그 자체로는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소비자가 힘을 가지려면 양질의, 다양한 상품이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주택 임대 시장은 다양성과 투명성이 매우 부족하다. 가격, 품질, 사후 관리 등에서 서비스의 질 자체가 낮고,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도 않다. 공공 임대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수요에 맞추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복지 차원에서 공급되는 공공 임대가 모든 임대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반대 논리로 매번 ‘다주택자는 임대주택을 공급해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역할론’이 등장하곤 한다. 이는 곧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부동산 정책 수단이 제약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질 좋은 상품을 수요에 맞춰 다양하게, 충분히 공급하는 것. 이를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 실현해야 부동산 가격 안정도 가능하다.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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