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당구도 1등…‘당구계 엄친딸’ 허채원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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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계 엄친딸’로 불리는 허채원이 최근 서울 서초구 한 당구장에서 샷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학원 생활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허채원은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구계 엄친딸’로 불리는 허채원이 최근 서울 서초구 한 당구장에서 샷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학원 생활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허채원은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당구장에서 만난 허채원(23)은 이렇게 말했다. 허채원은 성실함과 집념을 바탕으로 당구 성적과 학업 성적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당구계 엄친딸’로 불린다.

허채원은 지난해 열린 대한당구연맹 주관 국내 8개 오픈 대회에서 누적 랭킹포인트 1위를 기록해 여자 캐롬(3쿠션) 부문 정상에 올랐다. 2022년 5위, 2023년 6위, 2024년 5위에 자리하며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마침내 국내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는 허채원이 지난달 한국체육대를 졸업하기까지 4년을 휴학 없이 ‘논스톱’으로 다니면서 이뤄낸 성과다.

‘학생 선수’라고 해서 학교를 허투루 다닌 것도 아니다. 두 학기는 경기지도학과 수석을 했다. 졸업 당시 성적표에 찍힌 평균 학점은 4.25점(만점 4.5점)이었다. 허채원은 “선수로 뛰면서도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허채원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오전 수업이 끝나면 서울 마포구에 있는 당구 연습장까지 한 시간을 이동했다. 9시간가량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2시가 돼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허채원은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5시간을 넘지 못했다”면서 “너무 힘들 때는 ‘당구를 포기해야 하나, 학교를 포기해야 하나’를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둘 다 잘 해내고 싶었던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허채원은 ‘열혈 스포츠 꿈나무’였다. 발레와 배드민턴,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태권도, 수영, 핸드볼 등 여름과 겨울 종목을 가리지 않고 각종 운동을 경험했다. 한때 핸드볼 선수가 되고 싶었던 허채원은 왼쪽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아 꿈을 접었다. 이후 격렬한 움직임이 적은 스포츠 종목을 찾던 그에게 어머니는 당구를 추천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큐를 잡은 허채원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기량이 급성장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21년 서울당구연맹이 주관하는 ‘하림배 캐롬3쿠션마스터즈’에 출전해 우승했다. 당시 그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성인부 우승을 차지한 고등학생 선수였다. 허채원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지난해 아시아캐롬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라 국제 무대 경쟁력도 입증했다.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허채원은 정석에 가깝게 당구를 치는 스타일이다. 젊은 선수 중에선 보기 드물게 안정적 경기력을 유지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올해 허채원의 가장 큰 목표는 내달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9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학업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언젠가는 교수가 돼 연구와 교육을 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허채원은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한국체육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허채원은 “매년 선수로서 성장해왔다는 자신감도 있지만, 결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을 느낄 때도 많다”면서 “앞으로 더 바빠지겠지만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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