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ESG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3 weeks ago 1

입력2026.03.31 06:00 수정2026.03.31 06:00

[한경ESG] ETC - 메가폰

김영우 (사)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김영우 (사)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한 지역 재정 지원을 넘어 ESG 관점에서 주목받는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공동체 가치 회복이라는 사회(S)적 의미는 물론, 기부금의 투명한 운영과 책임 있는 사용이라는 거버넌스(G)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액은 15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가했다. 전체 기부금의 92.2%가 비수도권으로 유입됐으며, 수도권 거주자의 기부금 중 88.1%가 비수도권으로 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9개 인구감소 지역의 평균 모금액은 7억6000만 원으로, 137개 비감소 지역보다 약 1.7배 높은 수준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현황과 일본 사례

지역 간 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2023년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이나 ‘제2의 고향’에 기부하면 지자체가 이를 기금으로 활용해 주민의 복리 증진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는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와 연대를 강화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입 첫해 기부금은 650억 원에 그쳤으나 2024년 879억 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급성장했다. 짧은 기간에도 이 제도는 지방재정 확충, 답례품 판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제도는 일본의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2008년 4월 지방 소멸과 지방세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이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받는 방식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도입 첫해 기부금이 81억 엔에 불과했다.

초기 8년간은 플랫폼 구축, 세제 혜택, 답례품 등을 둘러싼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고향납세 기금이 활용되면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 주도로만 운영되던 이 제도는 2014년 민간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성장의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2017년에는 절차의 간소화와 함께 기부 유형을 답례품을 선택하는 일반 기부형 외에 사용처를 맡기는 지자체 일임형,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지정 기부형, 재난 관리를 위한 재해지원형 등 4가지로 다양화해 효율성을 살렸다. 이는 기부금 사용의 목적 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측면의 개선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2024년 기부금이 1조2700억 엔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16년 만에 150배 성장한 규모다.

다만 급성장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2014년 민간 플랫폼 참여로 현재 40여 개가 운영 중인데 고객 유치를 위한 지나친 홍보 경쟁과 인기 있는 답례품 개발에만 집중해 본래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기업 대상으로 ‘지방창생응원세제’를 신설하고 기부금의 상한액을 없앴지만 지방세 세수 축소로 이어졌다. 또한 현재 민간 포털 사업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약 1656억 엔으로 기부금 총액의 약 13%에 이른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는 기부금이 실제 지역사회에 사용되는 비율을 낮춘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책임성 측면의 과제로 지적된다. 답례품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고향납세에 대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이 제도에 참여하는 동기로 세제 혜택과 답례품을 꼽았다. 특히 각종 해산물, 육류, 쌀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지역 생산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기부금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답례품 비용은 장기적 부담 요인이다.

아울러 최근 도입한 원스톱 특례제도와 세금 공제액 확대도 새로운 과제로 지목된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소득세뿐만 아니라 주민세도 추가로 공제된다. 급여 소득자는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절차가 완료돼 이용자는 증가할 전망이지만 그만큼 지자체의 재정수입이 심각하게 줄어들어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4년 지자체의 주민세 공제액이 8710억 엔에 이르며 대상자는 1079만 명에 달해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ESG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고향사랑기부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입한 지 4년 만에 제도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부금 상한을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시중은행 중심으로 플랫폼을 확대한 점도 활성화에 기여했다. 향후 법인·단체의 기부 허용, 기부금 사용 목적 확대, 민간 플랫폼 확장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답례품의 댜양화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답례품은 지자체의 지역 특산품과 상품권 중심이지만 기후대응기금과 연계한 쿠폰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환경(E) 측면에서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되는 동시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의 기후대응기금이 중요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로서는 기금 마련이 큰 숙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답례품의 일환으로 기후대응기금을 위한 상품권을 발행해 이를 기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답례품을 활용하게 되면 국민에게 기후대응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도록 하고 탄소중립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둘째, 기부금의 사용 목적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는 취약계층·청소년 지원,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 4개 분야로 제한돼 있다. 2025년 기준 사업 건수는 총 226개이며 비중은 각각 53.1%, 14.6%, 3.5%, 28.8%로 나타난다. 특히 지역공동체 활성화 비중이 낮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기금 사용의 목적에 이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기부 대상 사업에 ‘재해지원·부흥’이라는 항목을 두어 재해지역 지원에 기금이 활용되고 있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

셋째, 국민과의 신뢰 기반 소통이 중요하다. 민간 플랫폼 확대는 필요하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과도한 경쟁은 제도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이른바 제도의 본질보다는 홍보와 답례품 개발에 집중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ESG 관점에서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 업을 중심으로 민관의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통합 플랫폼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중개 수수료를 줄이고 더 많은 기부금이 실제 지역에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의적절한 제도다. 동시에 지역 간 격차 해소와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이라는 ESG 가치 실현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민의 신뢰와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기금을 확충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영우 (사)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