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속 최악의 애인은?… 밸런스 게임 갑시다”

2 hours ago 2

[New Creator]
〈10〉 ‘민음사TV’ 분위기 띄우는 박혜진-김민경 편집자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진행 톡톡
방영뒤 月판매량 27배 급증하기도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는 박혜진(왼쪽), 김민경 편집자. 16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밖으로 나간 공을 다시 경기장으로 넣어주는 운동 경기장의 ‘볼 걸’처럼, 책을 잊고 계시는 분들을 계속 책 안으로 밀어 넣어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는 박혜진(왼쪽), 김민경 편집자. 16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밖으로 나간 공을 다시 경기장으로 넣어주는 운동 경기장의 ‘볼 걸’처럼, 책을 잊고 계시는 분들을 계속 책 안으로 밀어 넣어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출판계 닥스훈트가 되고 싶습니다.”(박혜진, 김민경 민음사 편집자)

흔히 출판사 편집자는 ‘조용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집중해서 책을 읽고 만드는 직업이기에, 성격유형지표(MBTI)로 치면 내향형(I)일 것 같다. 그런데 강아지 중에서도 개구쟁이로 소문난 닥스훈트가 되고 싶다니. 이 편집자들, 별종임이 틀림없다.

16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출판사 대표 스테디셀러인 ‘세계문학전집’의 편집을 맡고 있는 박혜진(35), 김민경 씨(35)는 이를 ‘문턱 낮추기’라고 설명했다.

“책들이 예쁘게 꽂혀 있으면 닥스훈트가 막 헤집고 꺼내 놓잖아요. 책을 물고 가져오기도 하고. 세계문학전집은 고루하고 웅장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박 씨)

이들의 책 물어오기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2022년 3월부터 진행하는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코너다. 주로 고전 속 인물들로 가상의 대진표를 짜고 밸런스 게임을 벌인다. ‘최악의 애인’ 편에선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와 ‘안나 카레니나’ 안나,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 등 16명을 선정한 뒤 한 명씩 떨어뜨리며 최악의 애인을 뽑았다.

영상에서 둘은 줄거리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는다. 그 대신 캐릭터로 승부를 본다. 각자 한 명씩 변론하는데 마치 콩트를 보는 듯하다. 지금까지 고전 속 ‘최고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최고의 명문장’ 등 30여 개 에피소드를 찍었다. ‘최악의 애인’ 편은 조회수 약 18만 회, 댓글 540개의 기록도 세웠다. 구독자의 약 70%가 젊은 독자(18∼34세)란 점도 고무적이다.

유튜브 촬영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독자를 만나던 그들에게, 최전선에서 접촉하는 ‘스릴’을 선사한다. 박 씨는 “입사 초기만 해도 ‘입에 거미줄 쳤다’ 싶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독자들이 어떤 주제나 표현을 좋아하는지 반응을 마주하다 보니 항상 긴장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책 판매에도 효과가 적지 않았다. 스페인 소설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소설 ‘구르브 연락 없다’는 방영 뒤 월간 판매량이 27배나 뛰었다. 김 씨는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숨은 명작”이라며 “독자를 만나도록 도왔다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작품 선정에도 유튜브 시청자의 반응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박 씨는 “예전엔 ‘여성 작가가 너무 없다’는 비판을 ‘옛날엔 남성 작가들이 더 많았으니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았다”며 “이젠 독자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접하니 작품 발굴 때도 요즘 공감할 만한 여성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게 된다”고 했다.

외부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애청자인 한 교사의 의뢰로 전북 김제시에 있는 중학교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시청자 눈높이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조지 오웰의 중학교 때 경험이 어떻게 권력 관계에 대한 감수성으로 이어졌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활력 넘치는 ‘닥스훈트 듀오’에게 다음 포부는 뭘까. 대뜸 “출판계의 ‘전원일기’로 커 나가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세계문학은 물론이고 한국문학이나 비문학까지 경계 없이 선을 넘으며 장수하는 콘텐츠가 되고 싶다는 얘기다.

“단정하게 정돈된 책장을 막 어지르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독자들이 자유롭게 읽다가 ‘정말 내 얘기다’ 싶어서 손으로 잡아들게끔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