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줄었는데 생산 늘어…美 '조용한 호황' 이유는

1 hour ago 1

산업혁명 이후 경제 호황은 언제나 고용 증가를 수반해왔다. 제품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주요 생산요소인 노동력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생산량 증가에도 고용이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조용한 호황’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5년 1월 이후 제조업 고용이 약 10만 명(0.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최대 폭의 고용 감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은 2.3% 증가하고 출하액은 4.2% 늘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2년간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회복세가 완연하다. 고용이 큰 폭으로 줄어든 2020년 미국 산업생산이 11.2% 급감한 것과 대비된다.

WSJ는 이 같은 현상이 생긴 배경에 AI 혁명이 있다고 분석했다. AI 확산으로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전력 및 냉각 장비 수요가 급증해 미국 내 생산과 수입이 동시에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우주·운송 장비 분야도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내 생산은 28% 증가했으며 이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기대감, 보잉의 항공기 인도 증가, 글로벌 군비 경쟁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산업은 고자본·고숙련으로 노동 집약도가 낮다. 생산량이 늘어도 일자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용 수요가 많은 전통 제조업 생산은 줄었다.자동차 및 부품 산업은 관세 영향으로 수입이 14% 감소했지만 국내 생산 또한 3% 줄어드는 등 뚜렷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구산업 역시 수입이 22% 감소했지만 생산도 3% 줄었다.

이에 관해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이 아니라 견조한 생산 증가 국면에서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AI와 반도체, 항공우주 등 일부 고부가가치산업이 전체 산업생산을 끌어올리는 ‘선택적 호황’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관세 인상과 이민 통제에 따른 영향도 관심사다. 권혁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고용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이민정책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만 관세에 따른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 복귀)은 아직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수입이 늘어나는 산업에서 생산도 증가해 국내 생산과 수입이 대체보다 보완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손주형 기자 nyusos@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