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고대사’ 국제학술대회
박물지-이원 등 묘사 내용 분석

‘박물지(博物志)’가 묘사하는 동방 세계의 괴물이다. 서진(西晉)의 장화(232∼300)가 찬술한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은 3세기 중원인들이 그들 세계의 주변부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보여준다. 동해는 우체어 같은 괴물이 있는, ‘종의 경계가 흔들리는 공간’으로 묘사됐다(이승호 동국대 교수).
2018년 강원 평창 겨울올림픽 때 화제가 됐던 인면조(人面鳥)를 비롯해 고대사 속 괴물은 여전히 현대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다. 한국고대학회와 순천향대 향설인문학진흥원, 인문과학연구소는 이런 괴물의 경계와 범주가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탐구한 국제 학술대회 ‘경계 너머의 괴물, 괴물의 고대사’를 3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권순홍 한국항공대 교수는 “괴물성은 언어의 불통, 생활 방식의 차이, 지리적 거리, 전승과 소문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타자의 표상”(발표 ‘이원·異苑에 보이는 괴물’)이라고 밝혔다.권 교수에 따르면 왜(倭)와 그 주변에서 어업을 했던 ‘수인(水人)’, ‘해인(海人)’에 대한 기록은 타자가 괴물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3세기 편찬된 삼국지는 수인에 대해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와 조개를 잘 잡는데, 문신은 큰 물고기와 바다짐승을 피하려는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에 대한 정보는 “해인이 있는데…사람들의 몸에 짐승과 같은 무늬가 있다”(7세기 양서·梁書), “사람들이 물속에서 물고기처럼 산다”(8세기 티베트어 문서)로 바뀐다. 권 교수는 “구체적 생활 방식에 관한 정보가 전승 과정에서 비인간적 형상으로 재구성됐다”며 “낯선 집단을 인간 공동체의 경계 위에 배치하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구려의 담비 가죽 교역과 관련된 ‘이원(異苑)’의 기록도 흥미롭다. 이원은 5세기 후반 남조 송(宋)의 유경숙이 당대의 괴이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담비는 구려국(고구려)에서 난다. 늘 어떤 존재(一物)가 (담비와) 함께 굴에 산다. 생긴 모양이 사람과 유사하다. 키가 3척이며 담비를 잘 다루고 도자(刀子·작은 칼)를 좋아한다. 그(고구려) 습속에, 사람이 담비 가죽을 얻고자 하면 도자를 굴 입구에 던져 놓는다. (그러면) 이 존재가 밤에 굴을 나와 담비 가죽을 도자 옆에 놓아두며, 사람이 담비 가죽을 가지고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감히 도자를 취한다.”권 교수는 이런 기록이 고구려인들이 북방 수렵민들과 비대면 교환 거래를 했다는 것과 함께 고대인들이 다른 집단을 인간 공동체에 온전히 포함되지 않는 타자(일물·一物)로 인식했다는 걸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일본의 대중국 교섭에 나타난 괴물과 신라·고려 인식’(고미야 히데타카·小宮秀陵 일본 돗쿄·獨協대 교수) ‘신당서 신라전에 보이는 장인(長人)’(김나경 단국대 강사) 등의 발표도 이뤄졌다. 송현주 향설인문학진흥원장은 개회사에서 “고대사 속의 괴물은 우리 사회 속의 타자, 즉 기계와 자연으로 대표되는 ‘비인간(non-human)’과의 공존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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