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과 환율 안정 ‘딜레마’
금융위기來 첫 3연속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금융권에서는 3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상충 지표인 환율과 내수를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기 하방 우려를 고려해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최근 환율이 다시 1400원 후반대를 오르내리면서 금리동결 관측도 만만찮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내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갖고 새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근 금융투자협가 조사한 ‘2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60%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 달 전보다 동결 의견 비중이 줄고 기준금리 인하 의견은 늘었다. 지난달에는 기준금리 동결이 83% 수준이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경기침체 우려로, 내수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예상이 직전 조사에 비해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2곳이 미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0회’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미 연준의 이러한 금리인하 속도 조절 분위기는 이달 한은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서 한미 양국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자금유출과 환율 상승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3.00%로, 양국 금리 차는 1.50%포인트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통화·무역정책과 국내 정치 상황 불확실성 등으로 경계감이 있으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통화정책 추가 완화 근거로 성장 모멘텀 약화와 정치 위기로 인한 내수 하방 리스크를 꼽았다.
미국향 수출이 기술제품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말에는 전체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봤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내리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이후 첫 1월 금리 인하이자 첫 3연속 인하”라며 “이는 사실상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시국’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부담은 약 3조원 감소한다. 이와함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의 연간 이자부담도 1조7000억원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