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하겠지만 결혼식은 않기로

3 hours ago 2

연소민 작가 신간 장편소설 ‘노 웨딩’
자기 몫과 강박에 싸인 한국 사회… 시기 맞춰 해야할 일 정해져 있어
방송작가-미대생-아내-소설가 등 얽매이지 않은 삶 택한 작가 투영

지난해 5월 결혼한 연소민 작가는 결혼 준비 과정이야말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아이 계획을 세울지 말지, 어느 동네에서 살지 이런 고민을 할 줄 알았는데 ‘내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에 더 빠져 있더라”라며 “나다움을 알아야 (남편과) 우리다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5월 결혼한 연소민 작가는 결혼 준비 과정이야말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아이 계획을 세울지 말지, 어느 동네에서 살지 이런 고민을 할 줄 알았는데 ‘내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에 더 빠져 있더라”라며 “나다움을 알아야 (남편과) 우리다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웨딩드레스를 입고 화장실 칸에 갇혀 있는 신부. 드레스를 양팔로 돌돌 말아 올린 채 겨우 변기에 앉아 일을 보지만, 새하얀 드레스에 노란 소변이 튀고 만다.

이 아찔한 장면은 연소민 소설가(26)가 결혼식을 생각할 때 한동안 가장 먼저 떠올리던 이미지였다. 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연 작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맘먹어 왔는데, 문득 제가 비혼주의를 오래 생각해 온 건 ‘완벽한 결혼식’에 대한 강박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결혼은 하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 20대 중반 연인을 그린 소설 ‘노 웨딩’(자음과모음)을 지난달 12일 출간했다. 실제로도 연 작가는 지난해 5월 ‘노 웨딩’을 했다. 양가 부모와 가까운 친척들만 레스토랑에 모셔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예식을 갈음했다. 소설에도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다. 그는 정작 결혼 준비 과정 자체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은 별로 없다는 점이 의아했다고 했다.

“(기존 소설에선 연애와 결혼) 그 사이의 공백이 느껴졌어요. 저처럼 웨딩에 대한 공포가 있거나 조금 다른 방식의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제 소설이 작은 용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이 좋은 만남이자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죠.”

소설은 성장담이기도 하다. 주인공 윤아는 수동적이고 갈등을 피하던 인물이지만, ‘노 웨딩’을 선언하며 처음으로 가족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한다. 노 웨딩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윤아는 한 가지 확신을 얻는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을 수 있고, 믿어도 된다는 것.

소설에는 “동틀 때 울지 않는 닭은…모가지를 비틀어 삼계탕을 끓여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몫’을 다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세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연 작가는 “관혼상제를 당연한 ‘몫’처럼 여기는 사회에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삶 역시 그런 질문의 연속이었다. 고교 졸업 직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도 그중 하나다. 고3 여름방학, 생활기록부를 보다가 문득 ‘이 서른 장이 정말 나의 역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날로 기숙사에서 짐을 싸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2학기는 최소 출석 일수만 채우고 두 달 동안 집에서 책과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얌전하게 생겨서 부모님 속 많이 썩였다”며 그는 씩 웃었다. 스무 살이 되자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자기소개서와 함께 무작정 방송사에 보냈다. 객기와 글을 눈여겨본 곳에서 연락이 왔고, 시사교양·교육 다큐멘터리 작가로 한동안 일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진짜 원하는 게 조금씩 보였고, 그제야 ‘이제는 대학을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생전 처음 미대 입시를 준비해 2023년 서울여대 공예전공으로 입학했다. 도예를 소재로 한 첫 장편소설 ‘공방의 계절’(모요사·2023년)은 해외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 전업 작가로 살 생각은 없다고 했다. 현재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 중이다.

대학 진학도, 결혼식도, 직업 선택도 사회가 정해 놓은 ‘몫’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것이 정말 자신의 몫인지 끊임없이 물어 온 작가. “깊이를 더 채우고 싶다. 일상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시간이 제게는 필요한 것 같다”는 그의 말이 단단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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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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