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코앞인데 임장 다녀야할 판"…'영끌' 직장인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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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5 09:33 수정2025.07.05 09:33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며 서울 아파트의 74%, 18개 구의 대출 감소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며 서울 아파트의 74%, 18개 구의 대출 감소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혼을 앞두고 아파트 매수를 준비했던 직장인 A씨는 최근 대출 상담을 받고 고심이 깊어졌다. 당초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에 맞춰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6억5000만원을 빌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주담대 한도 규제(최대 6억원)로 대출 규모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A씨는 “대출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며 “기존보다 집값이 싼 지역으로 다시 임장을 다녀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금융 소비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6·2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데다 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이중 규제’가 적용된 여파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문턱도 일제히 높여졌다. 집값 잡기 총력전에 나선 새 정부가 추가 대출 규제 가능성을 연일 시사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대출 전략 재점검에 나설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담대 대출 한도 축소 직격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과 6·27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주담대 대출 한도 축소다.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산정할 때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지난해 9월 시행된 2단계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수도권 기준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다. 지난 1일부터는 은행권 및 2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포인트가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에 초강수 대출 규제가 포함된 ‘6·27 부동산 대책’이 추가 적용됐다. 주담대의 경우 이번 대책으로 주택 구입 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전 은행권의 주담대 만기도 30년으로 축소됐다. 소득이나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주담대 총액에 한도 제한을 거는 것은 전례가 없는 대출 규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에 주담대 최대한도 6억원 제한 조치가 더해지면서 주담대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시중은행의 대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이 1억원인 직장인인 수도권에서 △만기 30년 △원리금균등상환 △금리 4% 조건으로 주담대를 빌리는 경우 대출 한도는 최대 680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말까지 2단계 스트레스 DSR 제도에서 이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으면 한도는 △주기형 6억6800만원 △혼합형 6억4100만원 △변동형 6억7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서 △주기형 6억5000만원 △혼합형 6억700만원 △변동형 5억87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추가로 주담대 최대한도 6억원을 초과한 주기형과 혼합형은 각각 5000만원과 700만원이 더 줄어든다. 결국 주담대 한도가 지난달과 비교해 주기형은 6800만원, 혼합형은 4100만원, 변동형은 2000만원 급감하게 됐다는 뜻이다.

같은 조건에서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라면 주담대 한도는 주기형 3억3400만원→3억2500만원, 혼합형 3억2050만원→3억300만원, 변동형 3억350만원→2억9350만원으로 줄어든다는 게 은행권의 계산이다.

최상의 대출 전략 다시 검토해야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 6·27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은행별로 연 소득의 1~2배로 내주고 있는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특히 ‘서민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도 이번 대책에서 신용대출에 포함됐다. 담보 없이 신용으로만 대출이 이뤄지는 카드론은 그동안 ‘기타대출’로 분류했지만, 주택 자금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신용대출 한도 적용 대상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미 은행, 저축은행 등에서 연 소득 수준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긴급 자금이 필요해도 카드론을 통해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전세대출 변동 사항도 확인해야 한다. 갭투자(전세 끼고 구입)에 주로 활용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수도권에서 전면 금지됐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대출은 세입자가 전세 자금을 대출받는 날 주택의 소유권이 바뀌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뜻한다.

전방위 대출 규제가 적용된 만큼 자신의 재무 상황과 대출 조건 등을 미리 점검해 최상의 대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래 현금 흐름, 필요한 자금 규모 등을 점검하고 실행 시기와 상품 유형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핵심이다. 대출 한도가 크게 변동된 만큼 주거래 은행을 찾아 DSR 수치 등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가계대출 정책과 금리 하락 사이클이 복합적으로 얽힌 만큼 주기형과 혼합형 주담대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금리가 5년 동안 고정되다가 변동금리형으로 바뀌는 혼합형 주담대와 5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는 순수 고정금리형 주담대와 변동금리형의 장단점을 적절하게 보완할 수 있다.

김효선 농협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방위 규제로 특별한 대출 전략을 짜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영끌’을 준비했던 고소득 직장인은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거나 지역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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