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로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게임을 했다면 도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도박 혐의를 받는 A씨 사건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4일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5월 스마트폰으로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투윈게임즈’에 접속한 뒤 스포츠 경기의 승패, 점수 차 등을 예측해 맞추는 게임(스코어888)을 했다. 예측이 맞으면 미리 정해진 배당률에 따라 게임머니가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A씨는 불법 환전상을 통해 현금 20만원을 게임머니로 바꾼 뒤 이를 사용해 게임을 했다. 새로 따낸 게임머니는 환전상을 통해 다시 현금으로 환전했다. 그 해 5~11월 도박 횟수만 62회, 사용된 돈은 1540만원이었다.
1심은 A씨에게 “도박의 고의가 있었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범행 기간이 길고 불법 환전상과 접촉한 점 등이 고려됐다.
A씨는 “스포츠 결과 예측 게임은 미리 프로그램된 정보에 따라 랜덤으로 발생하는 결과에 의해 게임머니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어서 도박이라 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2심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예측이 맞으면 미리 정해진 배당률에 따라 게임머니를 지급받는 구조라는 점만으로는 사행행위가 아닌 도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고, 여기서 ‘우연’은 주관적으로 당사자가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해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도박죄 성립 요건을 제시한 뒤 “게임머니는 그 환전성에 비춰 볼 때 재물에 해당하고, 문제가 된 게임을 통한 게임머니의 획득과 몰수는 우연한 사정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물인 게임머니를 걸고 우연에 의해 그 득실이 결정되는 게임에 참가하는 건 도박”이라며 “A씨가 환전상을 이용한 경위와 기간, 환전 액수 등에 비춰 볼 때 도박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