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여빈이 '검은 수녀들'로 함께 호흡한 송혜교에 대해 "거대한 나무 같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2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전여빈은 송혜교에 대해 "언니는 우리들의 스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유니아(송혜교), 미카엘라(전여빈) 수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5년 장재현 감독의 연출로 개봉된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로 김신부(김윤석), 최부제(강동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구마가 허락되지 않은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설정에 차별화를 뒀다. 전여빈은 송혜교와 혐관에서 워맨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나눴다.
전여빈은 "처음에 송혜교 선배가 캐스팅이 된 상황이었다. 저는 그 이후에 제안을 받았는데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 스핀오프 형식의 '검은 수녀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대본을 읽는데 같은 포맷이지만 전혀 다른 결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둘만의 힘으로 생명을 구하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한 숟갈씩 얹어지는 연대의 과정이 잘 보였다. 지금 시대, 한 여성 배우로서 이런 주제를 같이 나누고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반가웠다.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미카엘라 수녀 역에 다른 후보들이 있었을 거다. 그 과정에서 혜교 선배님께서 저를 추천해 주셨다고 한다. 일면식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주변 친한 배우들이 겹쳤다. 유튜브 '걍민경'에서 처음으로 용기 내 물어봤더니 맞다고 하셔서 엄청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촬영할 때는 부끄러워서 못 물어봤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전여빈은 송혜교의 전작인 '순풍산부인과'부터 '올인',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더 글로리' 등을 줄줄이 언급하며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어렸을 땐 아름다운 스타로서 봤다면, 배우라는 꿈을 꾸고, 그녀의 행보를 보고 또 다른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이상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룡시리즈어워즈 때 언니가 '더 글로리'로 대상을 받았다. 그날 처음으로 얼굴을 뵀다. 언니를 축하해 주기 위해 많은 후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도 같이 줄 서서 기다리다가 인사를 드렸는데, 벅차게 기분이 좋더라. 이번에 상대역으로 눈을 보고 음성을 들을 수 있다니 반가웠다"고 기뻐했다.
전여빈은 송혜교의 눈을 '서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유니아 수녀가 이 영화에서 너무 중요한 사람이다. 현장에서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작고 가녀린 몸으로 현장을, 큰 나무처럼 버텨주는 힘. 유니아와 결은 다르지만, 존재감은 같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때때로 눈을 보며 울컥하고, 마음을 온전히 의지하고 기댔다. 언니가 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면서, 저런 선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현장이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죄 많은 소녀'로 충무로의 라이징 스타가 된 전여빈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 '빈센조', 영화 '거미집', '하얼빈'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정신의학과 전공의이자 바오로(이진욱) 신부의 제자로 세상에 부마 증상은 없다고 말하지만,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 내적인 혼란을 안는 캐릭터를 맡았다. 전여빈은 미카엘라가 유니아 수녀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입체적으로 그렸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