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의 '인력 절벽', 피지컬 AI로 돌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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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의 '인력 절벽', 피지컬 AI로 돌파합니다"

“건설 현장은 ‘인력 절벽’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숙련공은 은퇴하는데 신규 유입은 끊겼죠. 빈자리를 채울 대안은 결국 장비의 자동화, ‘피지컬 인공지능(AI)’뿐입니다.”

이명한 스패너 대표(사진)는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2020년 6월 창업한 스패너는 건설기계에 AI와 센서를 입혀 ‘자동 로봇’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회사명 스패너(Xpanner)는 ‘익스트림 스패너(extreme spanner)’의 준말이다. ‘건설산업의 문제를 고치는 솔루션, 현장의 마인드로 기술을 풀어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대표는 15년가량 두산, 두산밥캣, 두산인프라코어(현 HD건설기계) 등에서 해외 서비스, 사업 전략, 조직 개발 등을 담당한 ‘두산맨’ 출신이다. 두산밥캣 유럽법인에서 근무하던 시절 자동화 기술이 북유럽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을 보고 건설 자동화 솔루션 시장에 확신을 얻었다. 2019년부터는 두산인프라코어 사내 벤처 인큐베이팅을 맡으며 창업 생태계에 눈을 떴다.

지인들도 뜻을 함께했다. 기업 인수·합병(M&A), 벤처 투자 전문가인 박주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볼보건설기계에서 자동화 기술을 담당하던 신흥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이 대표는 “북유럽이나 미국 건설 시장은 인력이 크게 부족해 자연스럽게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며 “그곳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스패너의 진가는 미국 시장에서 먼저 입증됐다. 핵심 제품인 건설기계 자동화 솔루션 ‘X1 키트’가 효자 역할을 했다. X1 키트는 태양광·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에너지 설비 현장에서 활용되는 파일드라이버(말뚝을 박는 기계)와 같은 건설기계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블랙앤비치, 한화큐셀, 몰텐슨 등 미국 최상위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을 잇달아 고객사로 확보했다.

스패너의 성과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2023년 38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목표는 600억원이다. 스패너는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 미디어 빌트월즈가 선정한 글로벌 건설 로보틱스 기업 ‘톱50’에 최근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최근 스패너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장비에 장착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세트를 판매했지만 앞으로는 ‘구독 모델(SaaS)’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스패너 솔루션을 전 세계 어디서든 서비스로 구독해 이용하는 ‘건설업계의 넷플릭스’ 같은 모델을 꿈꾼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한국 특수 토목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오수관 공사 등 높은 정확도가 필요한 현장 등이 타깃이다. 국내 다수의 대형 건설사와 기술 검증(PoC)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부산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지역 업체와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기술을 개발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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