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권력 파헤치는 변호사-형사 콤비[정보라의 이 책 환상적이야]

1 week ago 24

◇내가 죽였다/정해연 지음/392쪽·1만8500원·반타 정해연 작가의 ‘내가 죽였다’는 엄청나게 재미있다. 그리고 주인공과 배경 설정이 ‘내가 죽이지 않았다’로 이어진다. 그래서 ‘내가 죽였다’를 다 읽고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 ‘내가 죽이지 않았다’까지 구매해서 지금 홀린 듯이 읽는 중이다. 주인공 김무일은 변호사다. 돈 되는 소송거리만 쫓아다니던 중에 그의 사무실 건물주 권순향이 그를 찾아온다. 7년 전, 302호에 살던 젊은 남자를 자신이 죽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살인의 정황이 매우 이상하다. 권순향은 자신이 ‘죽을 때가 되어서’ 죄를 자백하고 깨끗이 삶을 마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김무일은 권순향과 함께 경찰에 가서 자수를 돕기로 한다. 그런데 권순향은 건물 5층에서 추락해 숨진다. 김무일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형사이며 같은 건물에 사는 신여주는 그와 함께 집 앞 포장마차에서 한잔하고 돌아가다가 추락하는 권순향에게 깔려 죽을 뻔한다. 형사의 직감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신여주는 이번에는 김무일과 함께 트럭에 치여 죽을 뻔한다. 두 번이나 연달아 죽을 뻔하면, 형사가 아니라 누구라도 주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신여주는 동료조차 믿을 수 없어 비밀리에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 사건 배후에는 ‘거대한 권력’이 있다. 정 작가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터졌던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니까 ‘거대한 권력’은 진짜로 존재하는 조직이다. 읽으면서 이렇게 정면으로 비판해도 되나, 정 작가님 괜찮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조금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죽였다’는 절대로 딱딱한 사회비판 소설이 아니다. 김무일과 신여주는 유쾌한 콤비다. 김무일은 약간은 속물적이고 능글능글하고 눈치가 빠르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줄도 안다. 신여주는 원칙과 신념을 믿고 형사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목숨의 위협도 불사한다. 김무일은 이런 신여주를 좋아한다. 신여주도 만날 툭탁거리기는 하지만 김무일이 싫지는 않은 듯하다. 여기에 김무일의 변호사 사무실을 떠받치는 ‘마성의 민머리’ 변 사무장이 김무일과 신여주를 의뢰인들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내가 죽였다’는 읽다 보면 K수사드라마로 만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주인공의 노력으로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만, 주인공들이 후폭풍에 휩쓸리게 되는 결말도 현실적이다. 신여주는 강원도 홍천으로 좌천된다. 여기서 ‘내가 죽이지 않았다’의 살인사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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