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독주냐, 삼성전자의 반격이냐’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SK하이닉스 주가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과 외국인의 반도체주 ‘원픽’이 엇갈려 관심을 모은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대거 쓸어담은 가운데, 개인은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감수하며 SK하이닉스를 사모으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87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월간 순매수액(713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이들어서만 12.21% 올랐다. 지난 18일 종가는 6만7100원으로 어느덧 ‘7만 전자’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50.19%로 지난 4월 24일(50.0%) 이후 3개월 만에 50%대를 회복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면서 과거 H20용 메모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그간 삼성전자를 옭아맸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외국인은 이달들어 SK하이닉스를 301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7일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 여파로 8.95%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내년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잡기 위해 ‘저가 공세’에 나서고, 이에 따라 HBM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내용이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증권사 평균 대비 19% 낮은 36조5690억원으로 제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을 매수 기회로 봤다. 이달들어 SK하이닉스를 1조2330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삼성전자는 2조31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3951억원으로 지난달 말(3052억원) 대비 30% 급증했다. 신용잔고는 개인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국내 증권가의 시각도 엇갈린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물량을 확정할 때까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의 HBM 시장 진입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측면에서 매력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평균판매단가(ASP)는 올해보다 5% 하락해 시장 우려 대비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대한 이번 조정은 과도한 우려로 인한 것이며, 매수 기회로 활용하기를 권장한다"고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