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동인이 한국거래소 역사상 세 번째로 코스닥 상장사 상장폐지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횡령·배임 혐의 피소로 외부감사인에게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을 대리해 형사사건 무혐의 사실과 재무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부장판사 강희석)는 지난 10일 제일바이오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거래소는 전직 임원의 횡령·배임 피소에 따른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사유로 지난 2월 제일바이오에 상장폐지를 통보했다.
제일바이오를 대리한 동인은 감사의견 거절 사유가 사실상 소멸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5건의 형사 고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사이 모두 무혐의 처분된 사실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상장폐지 사유를 뒤집을 건전한 재무 지표도 내밀었다. 제일바이오의 자산 총계 329억원 중 현금성 자산이 161억원에 달해 유동성 위험이 작다는 점을 준비서면과 구두 변론을 통해 재차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감사의견 거절만으로 재무 상태의 건전성 상실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동인 측 주장을 수용했다. 거래소가 기계적으로 지정감사인의 의견 거절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 심사를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상일 동인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는 “지정감사인의 자의적 의견 거절로 건실한 기업이 억울하게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거래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3일 항소했다. 상장폐지 무효 여부를 둘러싼 법리 공방은 항소심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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