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서안 정착촌 22곳 건설 비밀리에 승인”
● 인도주의 위기 속 구호물품 배급 두고도 혼란
현지 보도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27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가자전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5만 4000명을 넘어섰다. 하마스 측이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5만405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12만3129명으로 집계됐다. 하마스 측 해당 발표는 민간인과 전투 요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측은 전투요원을 대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 측은 하마스 등 가자지구 전투요원 2만 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군 기지가 학교와 병원 등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폭격을 가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확산되는 구조다.대신 이스라엘 측은 기존 구호를 담당하던 유엔을 대신해 이스라엘 군 기지 인근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해서 창립한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를 중심으로 배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자지구를 실효 지배하는 하마스 측이 이스라엘의 통제 강화 목적이라며 주민들에게 GHF 물품 수령을 금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27일 오전 GHF 배급소가 개설되자 구름 인파가 몰렸다.
BBC에 따르면, 해당 배급소에 인파가 몰려 물류센터까지 진입하고, 일부 경비원도 현장을 피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새 구호 시스템은 무장한 민간 경호단 감시 하에 사람들이 직접 물건을 가져가게끔 했는데, 국제사회에선 GHF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강제 이주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쟁 600일, 이스라엘 강경파 득세…국제사회 우려 가중가자 전쟁은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하면서 이에 대한 보복전으로 확전됐다. 현재 납치된 인질 57명이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 있으며, 이중 생존자는 21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펼치면서 전쟁 1년 만에 가자지구 생산 능력이 90% 가까이 와해됐다. 가자지구에서 5만 명 넘게 숨진 가운데 이 지역 주민 220만 명 대부분이 기아 상태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스라엘은 이달 들어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대대적인 지상 공세를 취하는 ‘기드온의 전차’ 작전에 돌입했다. 재점령이란 사실상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자치권을 크게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또 다른 팔레스타인의 자치령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확장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지난주 비밀 회의를 통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 22곳을 새롭게 건설하는 안을 승인했다. 팔레스타인 자치령에 대한 통제 강화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등하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부인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도 팔레스타인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27일 아일랜드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내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물품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 요르단강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된다. 유럽 국가 측에서 해당 지역 생산품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조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통화에서 이스라엘 군 작전 확대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EU 집행위 측은 항상 이스라엘의 안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왔지만, 민간인에 대한 확전과 비례성 없는 폭력 사용은 인도주의와 국제법 체제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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