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기부, 투명성 높지만 실제 활성화될까…'제도화'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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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

올해 상반기 내 지정기부금 단체나 대학교 등 비영리법인도 가상자산(암호화폐) 현금화가 가능해지는 가운데 '가상자산 기부'가 새로운 기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 내에 비영리법인 가상자산 내부통제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간 비영리단체가 가상자산 기부를 받더라도 법인계좌 개설이 막혀 있어, 이를 현금화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2021년 사랑의열매는 피어테크로부터 약 1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기부받았지만, 가상자산을 매각해 얻은 현금으로 전달받았다.

한 비영리법인 관계자는 “자산이 다양해지는 만큼 기부 수단도 넓히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기부는 자발성이 전제이기 때문에 편의성이나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유인 등 동기를 자극할 장치가 필요한데, 현재는 유인이 뚜렷하지 않다”고 짚었다.

가격 변동성 역시 큰 부담이다. 가상자산의 가치가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상, 기부 시점과 실제 사용 시점의 가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정적인 기부금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관련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빗은 지난 9일 넥슨재단과의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 연결을 마친 데 이어 아름다운재단, 월드비전 등 주요 비영리단체와 기부금 수령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달 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 교육을 진행했으며, 법인 계좌 개설 문의 전용 창구도 운영 중이다.

빗썸은 향후 비영리 법인계좌 개설 가능성에 대비해 법인 회원 가입을 사전 접수하고 있다. 코인원 역시 카카오뱅크와 협의하며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기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부 플랫폼 '더 기빙 블록(The Giving Block)'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10억 달러(약 1조4300억원) 이상 암호화폐가 기부됐으며, 2025년에는 기부 규모가 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 기부의 가장 큰 매력은 투명성으로 꼽힌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은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 장부에 기록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 기부금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는 기부자와 수혜자 간 신뢰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국경을 초월한 신속한 기부도 가능하다. 기존 해외 송금은 높은 수수료와 긴 처리 시간이 걸림돌이었지만, 가상자산은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 어디든 자금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구호 활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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