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계 희망 될까 … 나홍진 '호프' 칸영화제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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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계 희망 될까 … 나홍진 '호프' 칸영화제 출격

입력 : 2026.05.08 17:22

2026 프랑스 칸영화제 12일 개막 … 박찬욱 韓최초 심사위원장
세계 시선 사로잡을 K무비
수상작 6연속 맞힌 美배급사
올해는 나홍진 신작 '호프' 찜
연상호 '군체'도 레드카펫 밟아
글로벌 거장·배우 작품 눈길
'칸 단골' 日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속의 양'으로 10번째 초청
이자벨 위페르 vs 잔드라 휠러
佛·獨 국민여배우 대결도 기대

프랑스 칸영화제 본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의 작년 모습.

프랑스 칸영화제 본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의 작년 모습.

"식스 포 식스(six for six)."

작년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데드라인'이 북미 영화 배급사 네온(NEON)의 업적을 소개하며 뽑은 제목은 이 세 단어로 충분했다. 이 기사는 작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게재됐는데, 풀이하자면 '배급사 네온이 황금종려상 레이스에 6번 도전해 6번 모두 적중시켰다'는 뜻이다.

네온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시작으로 2021년 '티탄', 2022년 '슬픔의 삼각형', 2023년 '추락의 해부', 2024년 '아노라', 2025년 '그저 사고였을 뿐' 등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6년 연속 싹쓸이'했는데(2020년은 코로나19로 칸영화제 미개최),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영화를 네온이 기적적이고도 예언적인 선구안으로 골라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 네온이,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의 신작 '호프'의 북미 배급을 담당하면서 한국의 영화팬들은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증폭된 상태다. 게다가 칸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선정돼 칸을 찾을 예정이고, 연상호의 신작 '군체'가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되는 등 올해 칸영화제의 중심 키워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한국'이다. 12일(현지시간) 개막을 앞둔 제79회 칸영화제의 주요 초청작과 한국 작품 동향을 미리 살펴봤다.

나홍진 '호프'

나홍진 '호프'

◆ 韓, 변방에서 중심으로

칸영화제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남우·여우주연상, 각본상 등을 놓고 겨루는 경쟁 부문(In Competition)을 중심으로, 비경쟁 부문과 특별상영,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된다. 총상영 편수는 3000편이고 칸영화제 본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을 비롯해 인근 주요 극장을 전부 동원하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다.

올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22편 가운데 최고 기대작은 나홍진의 '호프'가 아닐 수 없다. 조인성, 황정민, 정호연과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이 캐스팅된 작품으로 줄거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공개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전작 '곡성' 이후 10년 만의 나홍진 신작인 데다 투입된 제작비만 5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연상호의 '군체'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했다. 대중적 폭발력을 가진 작품이 주로 선정되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은 이름처럼 '자정(밤 12시)'에 상영을 시작해 새벽 2~3시에 종료하는 부문으로 유명하며, 상영 공간도 뤼미에르 극장으로 경쟁 부문과 같다. '군체'는 좀비물로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고수 등이 출연한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주간에 선정됐다. 감독주간은 칸영화제의 공식 섹션이 아닌 독립 섹션이지만 프랑스 감독조합이 1969년 만든 전통과 권위의 섹션이다. '도라'는 한 가족이 서울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바닷가로 이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딸 도라는 원인을 모르는 병을 앓고 있는 상태다. 홍익대 학생 최원정 씨의 6분짜리 단편영화 '버드 랩소디'는 세계 영화 전공 학생들이 진출하는 '라시네프' 부문에 초청을 받아 칸을 밟는다.

박찬욱 감독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수락한 가운데, 최근 공개된 심사위원 명단도 화려하다. 2024년 칸 각본상을 받은 '서브스턴스'의 주연 데미 무어, '햄넷'과 '노매드랜드'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센티멘탈 밸류'로 골든글로브를 거머쥔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등이 합류한다. '리턴 투 서울'로 배우 박지민은 라시네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한국 영화와 한국 영화인이 대거 칸에 진출한 올해는 한국영화가 다시 세계의 중심에 위치했음을 보여준다.

아스가르 파르하디 '평행 이야기'

아스가르 파르하디 '평행 이야기'

◆ 이자벨 위페르 vs 잔드라 휠러

칸영화제 경쟁 부문은 세계 영화 거장들이 자웅을 겨루는 영상 언어의 정상회담과 같다. 영화로 말할 수 있는 '당대의 정신'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이듬해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까지 이어지는 긴 레이스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 경쟁 부문에선 두 배우의 작품이 인상 깊은데 한 명은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 또 한 명은 독일 국민배우 잔드라 휠러다.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평행 이야기'는 예술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질 것으로 짐작된다. 이웃의 삶에서 작가적인 영감을 얻고자 하는 한 유명 작가가 조수를 고용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전해진다. 위페르가 작가를 연기하며, 뱅상 카셀, 카트린 드뇌브 등도 출연한다. 파르하디는 이란 감독으로 히잡 사용과 관련해 이란 정부와 대립각을 벌인 감독이기도 하다.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파더랜드'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파더랜드'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의 '파더랜드'는 소설 '마의 산'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만과 그의 딸 에리카 만이 냉전시기에 독일을 여행하는 로드무비다. 실제로 토마스 만은 나치 집권 뒤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던 인물인데 고향이면서 인간을 배신한 나라, 그래서 낯설어진 나라로서의 조국을 들여다보는 영화로 짐작된다. 잔드라 휠러는 최근 '존 오브 인터레스트' '추락의 해부' '프로젝트 헤일메리' '로즈' 등에서 세계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명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포연과 총성이 멈추지 않아서인지,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전쟁과 정치에 관한 영화들이 준비돼 있다. 뤼카스 돈트의 '겁쟁이'는 참호 뒤에서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자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전우들의 이야기다. 보통의 전쟁영화가 영웅주의를 앞세우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전쟁이 만들어내는 '용기'가 얼마나 폭력적인 배역인가를 질문하는 영화로 예상된다.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미노타우로스'는 범죄 스릴러로 전해지는 신작으로 성공한 기업 임원이 회사 직원을 대량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이야기다. 그는 아내의 외도에 따른 결혼의 파탄, 또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고통받는다. '미궁에 갇힌 존재'인 미노타우로스 신화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치 점령기의 프랑스에 투입돼 레지스탕스 단체를 규합하려 했던 장 물랭의 이야기를 담은 네메시 라슬로의 '물랭', 프랑스 비시 정권으로부터 프랑스를 구원하려는 마음에 자신의 원고를 출간하려는 남자를 다룬 에마뉘엘 마르의 '시대의 사람', 국경지대에서 지인을 도우려다 불법 거래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발레스카 그리제바흐의 '꿈꾸어진 모험' 등도 경쟁 부문에서 세계 관객을 만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 속의 양'

◆ 일본 감독은 3편 진출

올해 칸 경쟁 부문에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일본'이다. 일본은 경쟁 부문에만 무려 3편을 진출시켰기 때문이다. 최고 기대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상자 속의 양'으로 그는 이로써 '10번째 칸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상자 속의 양'은 한 부부가 아들을 잃은 뒤 '인간을 닮은 유아 로봇'을 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레에다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이미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올 오브 어 서든'은 프랑스 교외의 요양원 원장이 '휴머니튜드'란 이름의 인간 중심 돌봄 방식을 도입하려다 저항에 부딪히는 이야기로 알려졌다. 타인의 고통과 그 고통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하마구치의 전작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상시킨다. 후카다 고지의 '나기 다이어리'는 조각가인 한 예술가의 일상과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상실을 다루는 작품이다.

네온이 배급을 맡은 올해 칸 경쟁 부문 진출작은 '호프'와 함께 '상자 속의 양', '올 오브 어 서든', 그리고 제임스 그레이의 '종이 호랑이', 아르튀르 아라리의 '언노운', 크리스티안 문지우의 '피오르드' 등 6편이다. 이 가운데 '피오르드'는 논쟁적인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의 외딴 마을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큰아이에게서 멍 자국이 발견되면서 그들의 사생활이 공권력에 의해 의심받는다. 사법 시스템과 가족 공동체의 충돌을 다루는 작품이다.

'룸 넥스트 도어'로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 '비터 크리스마스'도 눈길을 끈다. 모친상을 당하고도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일에 몰두하는 한 인물을 다룬다. 가족과 자신을 애도하지 않고 그저 '덮어버린' 선택의 무게를 묻는 작품으로 예상된다.

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희대의 악역 안톤 시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주연작인 로드리고 소로고옌의 '빌러비드'도 기대를 모은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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