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여당, 갈등 조정 큰그릇 역할해야”
강성 당원 결집-연임 도전 鄭 비판
靑서도 “당 분열 선언한 것… 불쾌”
친명 “鄭 결단을” 연임 포기 압박… 친청 “鄭 사퇴땐 내각 총사퇴해야”
유럽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올린 1500여 자 분량의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서울 등 핵심 승부처에서 패배한 6·3 지방선거 결과에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며 강성 당원 결집을 통해 사실상 연임 도전 행보에 나선 정청래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정 대표가 이 대통령 순방 환송 행사에 불참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이 직접 여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당청 갈등의 긴장 수위가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 ‘강성 당원’ 결집 나선 鄭에 靑 부글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던 중 글을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이미 집권했다면 사익 아닌 공익을 향한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고민하되, 가장 차가운 균형감각으로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며 방해나 난관을 이겨내고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에서도 “여당은 그릇이 돼 포용, 통합 역할을 잘해야 한다”며 “과격한 표현이나 색채 구분, 사상 검열 등 이해관계를 가지고 모욕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이 대통령은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가 언급한 정치인의 자질 중 ‘현실과 이상 간의 균형감각’을 강조하며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의 조화를 주창한 김대중 선생(전 대통령)의 말씀도 같은 뜻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단 ‘책임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며 “집권세력은 구호나 주장이 아닌 냉철한 균형감각에 의한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정 대표가 지방선거 책임론에 거리를 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을 통한 당권 연임 행보에 나선 데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최근 강성 지지층이 요구해온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위한 ‘1인 1표제’와 ‘민주당 의원총회 생중계’ 등을 전면에 내걸며 연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왔다. 이 대통령이 8일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란 평가를 내리자, 정 대표는 10일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에서 제한적으로 필요하다는 기존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지만 정 대표는 12일 오전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글을 남겼다. 청와대 내부에선 정 대표에 대해 “정권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정권을 흔들고 있다”는 강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 (정권은 짧다는) 정 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협박 아니냐’는 분노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당이 쪼개지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 당의 분열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불쾌한 분위기”라며 “이 대통령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친청 일각 “鄭 사퇴하려면 내각도 총사퇴”
이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민주당에선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정 대표를 겨냥한 연임 포기 요구가 이어졌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 대표는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경제 현안과 국회 입법을 함께하기 어렵다는 (대통령) 의중이 100% 확실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명계 최대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논평을 내고 “정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 연임 포기를 압박했다. 혁신회의는 “대통령은 중도와 실용을 바탕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반면에 정 대표의 행보는 국정 철학과 거꾸로 가고 있다”며 “‘딴지 게시판’을 민심의 바로미터처럼 인식하는 모습은 중도층 및 무당층 확장과 배치된다”고 했다.
친청(친정청래)계도 반격에 나섰다. 박규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를 참패로 둔갑시켜 놓고 책임을 지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한 몸이다. 그렇다면 당 대표 사퇴만이 아니라 내각 총사퇴까지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연임 도전 의사도 밝히지 않은 당 대표에게 공정 선거를 위해 사퇴하라고 압박한다”며 “이게 당원 총의로 선출된 당 대표에게 할 말인가. 이 대통령 말처럼 선을 지키라”고 맞받았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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