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라는 숲으로 안내하는 팻말, 그게 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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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산문집 ‘기쁨에도 슬픔에도…’ 시인 67명 작품마다 산문 곁들여 이원수 시인(1911∼1981)의 시 ‘찔레꽃’에서 화자는 일하러 간 누나를 기다리다 찔레꽃을 따 먹는다. 박준 시인(43·사진)은 이 시를 읽고 어릴 적 두 살 터울 누나가 손에 꼭 쥐고 돌아온 붉은 알사탕을 떠올렸다고 한다. 누나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남매는 큰집에 맡겨졌다. 누나는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동생을 위해 친구에게 받은 사탕을 입에 넣었다가 몰래 뱉어 손바닥에 감춰 돌아왔다. 박 시인이 25일 펴낸 새 산문집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난다)는 이처럼 시 한 편마다 산문 한 편을 곁들인 책이다. 시인은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시 해석을 선점하는 글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감상을 ‘멀리’ 할 수 있고 오독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책은 김명순 시인(1896∼1951)의 시 ‘유언’부터 김남주 시인(31)의 시 ‘졸업반’까지 시인 67명의 시 68편을 출생연도순으로 배열했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아우르는 만큼 기준이 필요했다. 박 시인은 “현재와 미래에 생산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시”를 골랐다고 했다. 가령 ‘찔레꽃’에 대해선 “저 역시 찔레꽃을 먹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만, 요즘에도 찔레꽃처럼 하얀 즉석밥을 혼자 돌려 먹는 아이들이 있다”며 “보편적 미감에 닿아 있다면 어쩌면 낯선 시인들도 불러냈다”고 했다. 2012년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로 67쇄를 찍고, 지난해에만 문학강연 200회를 다닌 박 시인은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표현했다.“시단(詩壇)이 숲이라면,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앞에 나와 ‘여기가 진입로입니다’라는 팻말이 붙은 나무가 된 느낌입니다. ‘안에 들어가시면 저와 사뭇 다른 수형의 나무들이 있습니다. 들어오세요.’ 나무를 하는 기분으로, 나뭇가지 하나씩 꺾어 수록했습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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