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버넘, 59대 총리 취임
"지금은 자성과 결의의 시간"
조각·정책 계획 공개 않고
지방분권 강화 거듭 강조
첫업무 '거리노숙 종식' 지시
생활비 위기대응 순차 공개
"연내 10년 계획 내놓을 것"
앤디 버넘 영국 집권 노동당 신임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제59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최근 10년간 여섯 번째, 브렉시트 이후로는 일곱 번째 총리다.
버넘 총리는 이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정부 구성을 요청받고 이를 수락하면서 정식 임명됐다. 이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총리로서 첫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버넘 총리는 "지금은 자성과 새로운 결의의 시간"이라며 "영국이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총리가 잇달아 교체된 정치 상황을 의식한 듯 "국민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며 "우리는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버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구체적인 조각 계획이나 정책들을 발표하지 않고 앞서 내놓았던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방향을 거듭해서 제시했다. 그는 정치와 경제 권력이 지나치게 중앙에 집중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지방 분권을 확대하고 필수 공공 서비스에 대한 공공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 조달을 활용한 재산업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생활비 부담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버넘 총리는 "국민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며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생활비 위기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교육 개혁도 추진한다. 그는 교육제도를 손질해 더 많은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교육 개혁과 정신건강 등 지원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주택과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복지 지출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줄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버넘 총리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예방 중심 국가를 만들겠다"며 "실패의 대가를 치르는 데 돈을 쓰기보다 국민의 성공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이 재정준칙을 지키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방비 증액도 이행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버넘 총리는 "연내 10년 계획을 내놓겠다"며 "출신지나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영국으로 가는 경로를 펼쳐놓겠다"고 말했다.
버넘 총리는 취임 첫 업무로 거리 노숙 종식을 지시했다. 그는 "이제 저 문 안으로 들어가 내가 내릴 첫 번째 지시는 우리나라의 거리 노숙을 끝내는 것"이라며 "정부의 중심에 올바른 가치와 기준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연설 직후 곧바로 3억4000만파운드(약 6778억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장기 노숙자 최소 3000명을 향후 5년간 지원하고 주택 확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응급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해 자립을 돕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숙 문제는 버넘 총리의 대표적인 정치 의제다. 그는 2017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 취임 당시에도 거리 노숙 종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급여의 15%를 노숙인 지원단체인 크라이시스에 기부했다. 당시 맨체스터의 거리 노숙자는 2024년까지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버넘 총리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국가적 단결과 공동의 목표를 세우자"며 "영국이 다시 스스로를 믿기 시작하는 순간, 희망을 되찾는 순간을 만들겠다. 정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키어 스타머 전 총리는 버킹엄궁에서 국왕에게 사임을 보고하기에 앞서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퇴임 연설을 했다. 그는 "내 일은 끝났다"며 "영국은 2년 전보다 더 강하고 공정한 나라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버넘 총리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적들이 우리의 가치를 이용해 사회를 분열시키려 하는 시대일수록 영국의 위대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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