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에 ‘트럼프’를 달고 있는 이 회사의 미래는? [홍키자의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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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월가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시대에 과연 어떤 종목이 수혜받을지 ‘수혜주’ 찾기에 분주했습니다.

오늘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달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분이 60%에 가까운 회사.

거대한 레거시 미디어와 빅테크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만든 회사 트럼프미디어를 좀 파헤쳐보겠습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당일의 트럼프 대통령 부부.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당일의 트럼프 대통령 부부.

‘나만의 입’을 만들겠다 선언...트럼프 미디어의 등장

사진설명

‘트럼프 미디어’라고 부르는 이 회사의 정식 명칭은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풀네임입니다.

트럼프 2기 취임식 일주일 전 42달러를 돌파한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최저점인 9월 주가인 13.55달러와 비교하면 210%가 넘게 올라섰죠. 지난 17일 기준으로는 40달러입니다.

트럼프 미디어는 2021년 트럼프 당선인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모회사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 회사 지분 약 57%를 보유하고 있죠.

트럼프미디어는 지난해 3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습니다.

나스닥 상장 첫 거래일에만 16%가 뛰며 57달러를 기록했고요. 트럼프 대통령을 단번에 6조원의 돈방석에 앉히기도 했죠. 2023년 중반에는 10달러 초반대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지만, 대통령 당선과 함께 다시 40달러를 넘은 겁니다.

트럼프미디어는 SNS 트루스소셜을 운영합니다. 굳이 전임 대통령이 SNS까지 만든 이유는 2020년의 대선 패배에서 비롯합니다. 2020년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거에서 진 것을 인정할 수 없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2021년 1월에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력 사태도 일으키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습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습격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폭동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 최대 SNS 플랫폼인 구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계정이 폭파됩니다. 계정이 삭제되기 전에만 해도 무려 8300만명의 팔로워로 전 세계 1위 스피커였는데도요.

트루스소셜은 2022년 2월 21일 미국의 ‘대통령의 날’ 기념일에 맞춰 출시됩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목적으로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자신의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죠. 여기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집결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X’와 기본 포멧이 유사한 트럼프미디어의 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이 띄워져있다.

‘X’와 기본 포멧이 유사한 트럼프미디어의 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이 띄워져있다.

트루스소셜 이름에서 보듯 트루스 즉 진실만을 담았다고 주장하는데요.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 성향인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가짜 뉴스’라고 꾸준히 비난해왔었죠.

2018년 미영 정상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CNN 기자가 질문할 게 있다며 손을 들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CNN은 가짜뉴스다. 나는 CNN 기자한테는 질문받지 않는다”고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기억됩니다.

실제로 트럼프미디어가 뉴욕증시 상장과 함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미디어는 미국 내 토론을 축소하고 과도한 PC주의 ‘워크’ 이념에 반하는 목소리를 검열한다고 여겨지는 거대 테크 기업 메타, 엑스, 넷플릭스, 알파벳, 아마존 등과 싸우기 위해 설립됐다”며 설립 이념을 밝혔습니다.

“수익모델 구축 어려워”...트럼프 영향력 커지자 트루스소셜 시들

2022년 2월 트럼프가 올렸던 ‘트루스 소셜’ 게시물. “준비하세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 여러분들을 곧 찾아갑니다” 라고 썼다.

2022년 2월 트럼프가 올렸던 ‘트루스 소셜’ 게시물. “준비하세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 여러분들을 곧 찾아갑니다” 라고 썼다.

그러나 지난해 초 상장 당시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현재 트루스소셜은 장사가 잘 안 됩니다.

선거 박빙이 예상되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에 가장 많은 방문자가 몰렸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방문자수가 1000만 건에 불과해 9월보다도 20% 감소했죠.

X(트위터)의 한 달 방문자 수가 46억건임을 보면 비교 불가 수준입니다.

이유는 2021년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 폐쇄 이유 트럼프 메시지를 받아볼 공간이 없었던 과거와 비교해 지금은 트럼프의 메시지를 어디서나 세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X 개인 계정에 생중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X 개인 계정에 생중계되고 있다.

트럼프 미디어의 주요 논리가 ‘수년간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겠다’는 것이지만, 트럼프의 현실 세계와 온라인상에서의 영향력이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에 트루스소셜의 경쟁 우위가 사라진 것이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미디어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상장 이후 9개월 동안 3억6400만 달러(약 5065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매출 등 실적을 살펴보면 주가와 괴리가 큽니다. 트럼프미디어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은 260만달러에 그쳤고, 순손실은 3억63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순손실은 전년 동기(4900만 달러) 7배 넘게 확대됐습니다.

주 수입원인 광고 매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죠.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슈 터틀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미디어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와 관련한 이슈가 들릴 때 사서 진짜 뉴스가 나오면 팔아야 한다는 것이겠죠.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븐 소스닉 수석 전략가도 “시장이 어디서 트럼프미디어에 대한 확신을 얻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트럼프미디어는 오로지 ‘트럼프’만 보고 가는 밈 주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리해보면 트럼프미디어는 트럼프 대통령 하나만 보고 가는 종목이라고 보면 됩니다.

트럼프미디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상장 당시 제출한 보고서에서 “TMTG의 성공은 트럼프의 명성 및 인기에 달려있다. 트럼프의 인기가 떨어지면 TMTG의 브랜드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거든요.

달리 말하면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TMTG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질 수 있는 것이죠. 실제 회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의 실적과는 무관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 트럼프미디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에 줄 서고, 트럼프에 목매는 전 세계 기업과 정부들에 의해 브랜드가 퀀텀 점프할까요?

일단, 주요 빅테크 기업의 트럼프 줄서기는 이미 취임식부터 시작됐습니다.

취임식을 위한 기금 마련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죠. 2017년 첫 대통령 취임 당시 모금했던 1억700만달러 기부금을 넘어서 최종 모금액만 2억 달러(2949억원)가 넘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은 미국 대통령이 됐고요.

빅테크 기업과 싸우기 위해 소셜미디어도 만들었었는데, 이제는 애플을 비롯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메타플랫폼스, 오픈AI, 우버 등 기업들이 트럼프 취임위원회에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 씩 기부했죠. 달라진 현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공적 이익과 트럼프 일가의 사적 이익을 구분하지 않고 ‘이해충돌’ 이슈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트럼프미디어에는 호재일 겁니다.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거래소 ‘백트(Bakkt)’를 트럼프미디어가 인수한다는 소식에 회사 주가가 17% 상승한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 확대를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트럼프미디어가 가상자산 관련 기업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니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입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프 일가에서 정부 정책과 접점을 띤 사업을 트럼프 미디어의 유관 사업으로 펼칠 때 주가 모멘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밈(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상 화폐)’ 주식과도 같은 것인데요.

지난 18일 자신의 새로운 공식 밈코인 ‘$트럼프’ 발행 소식을 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쳐>

지난 18일 자신의 새로운 공식 밈코인 ‘$트럼프’ 발행 소식을 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쳐>

이미 취임 직전에 ‘트럼프 코인’을 발행해 다른 코인들의 유동성을 모두 흡수해버린 트럼프 코인 사태에서 그가 만들어낼 미래가 보입니다.

코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트럼프 측이 출시한 밈 코인인 ‘오피셜 트럼프’의 시가총액은 한때 최고 75달러를 돌파해 시가총액이 150억달러(약 21조8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 ‘승리’를 축하할 때”라면서 “매우 특별한 트럼프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TRUMP’를 획득하라”고 밝혔습니다.

이해상충 논란은 전혀 의식하지 않죠. 취임식을 앞두고 갑자기 출시해 수조원의 이득을 획득하고, 가상자산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려도 강력한 비판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의 대통령이니까요. 그것도 재선 대통령이죠.

트럼프의 영향력만 보면 매수 버튼을 누르고 싶다가도 실적을 보면 망설여지는 회사, 트럼프미디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라는 이름를 달고 있는 만큼, 이유 없이 주가가 계속 오를까요?

‘홍키자의 빅테크’는 테크, 플랫폼,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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