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빅컷’ 가능성?···파월의 힌트는 ‘합리적 무관심’ 상태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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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기준금리 인하폭에 월가 설왕설래
파월, 2년 전 ‘인플레 파이터’ 선언하며
목표치로 시장의 ‘합리적 무관심’ 제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9월 금리인하 방침을 분명히 밝히면서 연준의 첫 금리인하 폭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일지, 빅컷(0.5%포인트)일지를 두고 시장 전망이 무성합니다.

올해 총 1%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만큼 연내 세 번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가운데 적어도 한 번은 빅컷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인 것이죠.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23일 ‘잭슨홀 미팅’에서 정책 조정의 시간이 도래했다며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신속하게 내릴지 여부를 판단할 단서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거대 투자은행 분석가 등 빅컷 가능성을 언급하는 월가 목소리는 논리적 분석보다 화려한 말의 성찬에 가깝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준은 물가 관리에서 고용시장 안정으로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이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인만큼 물가와 고용시장 데이터를 함께 신중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 나올 시장 데이터와 함께 그가 과거 시장에 약속한 발언 역시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정확히 2년 전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파이터’ 선언을 한 잭슨홀 미팅 발언이 그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2022년 잭슨홀 미팅에서 비장하게 연준의 긴축적 통화 정책 강화를 선언하면서 연준이 도달해야 하는 안정된 물가관리 수준으로 행동경제학에서 파생된 개념인 ‘합리적 무관심(rational inattention)’을 거론했습니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미래 경로에 대한 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유용한 통찰력 중 하나는 ‘합리적 무관심’이라는 개념에 기반한다.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으면 가계와 기업은 여기에 신경을 써 경제적 의사결정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 반대로 인플레가 낮고 안정적일 때는 다른 곳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옐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모든 실용적인 목적에서 가격의 안정성이란 평균 가격 수준의 예상 변화가 충분히 소소하고 점진적이어서 기업과 가계의 재무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당시 파월 의장 발언을 요약하자면 기업, 그리고 가계가 더 이상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신경쓰지 않을 만큼 물가 변수가 무시되는 게 연준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목표라는 것입니다.

이전 기사(美연준의 인플레 전쟁 최대 전리품···“경제 침체 없이 기대 인플레 잡았다”/8월 25일)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행태를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질소득 감소를 우려한 근로자는 더 높은 임금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들은 치솟는 집값을 상상하며 임대료를 올릴 것입니다. 기업들도 우유와 빵 등 일상 용품 가격을 인상하겠죠.

따라서 연준의 이상적 목표는 기업과 가계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 없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인플레가 무시되는 상태가 연준에는 최고의 축복인 것입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은 당시 연설에서 1980년 전후 ‘대(Great) 인플레이션 시대’가 쉽게 종식되지 못한 이유로 긴축적 통화정책이 너무 빨리 전환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확실히 붙들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거의 기록은 통화 정책을 서둘러 완화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인플레가 잡히지 않았는데 샤워 꼭지를 서둘러 뜨거운 물로 돌리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죠.

이 같은 과거 시행착오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이것이 내게 주는 세 번째 교훈은 일이 끝날 때까지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이 끝났다(the job is done)’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파월 의장은 시장이 ‘합리적 무관심’의 수준에 이르는 것이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정확히 2년이 흘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서 고용시장 안정으로 통화정책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합리적 무관심’이라는 키워드는 올해 파월 의장의 “고용시장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잡는 것은 오로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잘 고정돼 있을 때 가능하다”라는 잭슨홀 미팅 발언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올해 연준이 과감하게 기준금리를 내리는 변곡점은 연준에서 다시 ‘합리적 무관심’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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