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연간 전기차 판매액이 최대 2조7000억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를 반영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대규모 감세법)이 지난 4일부터 시행되면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0일 발표한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OBBBA 발효에 따라 전기차 세액 공제가 종료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828대(매출 19억5508만달러·약 2조7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12만3861대)을 기준으로 37% 폭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런 추산은 미국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분석에 기반했다.
앞서 NBER은 IRA에 따른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량이 연간 최대 37% 감소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OBBBA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올해 9월 말로 조기 종료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2032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으나 7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올해 1월부터 현대차그룹 전기차 5개 차종(현대차 아이오닉5·9, 기아 EV6·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투자 지원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OBBBA 발효로 투자의 회수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한경협 측 분석이다.
미국 내 생산거점의 상당 부분을 완성차 업체와 합작 형태로 추진해 온 한국 배터리 3사의 수익성 악화 역시 우려되고 있다.
이에 한경협은 OBBBA 발효에 따른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의 타격을 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책 기금과 세제 혜택 등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ㆍ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대한 210억 달러(약 30조85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그룹이 생산한 전기차더라도 세액공제 폐지에 따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