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의원 54명, 주미대사에 항의서한
韓 플랫폼법에 우려 표명
"美에 5250억弗 손실" 주장
'쿠팡 박해 사례' 거론하며
"美경제·안보에 중대한 사안"
김범석 신변보장 요구도
미국 공화당의 최대 정책 코커스(의원협의체) 중 하나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이 21일(현지시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미국 기업 차별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한 것을 두고 자칫 경제 이슈가 한미 관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보 유출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과징금 발표를 앞둔 시점인데다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한 출국금지·체포·구속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의 요구까지 겹치면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 있다.
RSC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항의서한 발송을 주도한 마이클 바움가트너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워싱턴주)은 "미국의 기술 선도 기업을 겨냥한 보호무역주의적 입법 조치의 증가 추세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입법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이것이 '위장된 보호무역주의'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최근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추진을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한 바 있다.
이들 의원은 서한에서 "싱크탱크 컴피티어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규제 조치로 향후 10년간 미국과 한국 경제에 총 1조달러(약 148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가운데 미국 경제는 5250억달러(약 777조원), 미국 가구당 4000달러(약 592만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은 서한 중반부에서 쿠팡이 '박해'를 받고 있다고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쿠팡에 대해 "사업면허 취소 위협, 서울사무소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 부담스러운 신규 규제 요구, 징벌적 과징금, 전례없는 세무조사, 공적연기금에 쿠팡 지분 매각을 촉구하는 행위 등을 압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한의 '본론'은 쿠팡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을 '민감도가 낮은' 사안으로 절하하면서 한국 정부가 과잉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을 담기도 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규제 중단을 보장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경제적·안보적 이익에 있어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해당 이슈를 '안보' 문제와도 엮으며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지난달 초 쿠팡 미국 주주들이 미국 정부에 제기했던 무역 301조 조사 청원을 철회한 이후 쿠팡과 관련한 논란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 보였지만, 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 결정 등을 앞두고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측 투자자들은 쿠팡에 대한 과징금이 지난해 8월 부과됐던 SK텔레콤(약 1348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22일(한국시간)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김범석 의장에 대한 출국금지, 체포, 구속 등이 없도록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미 간 외교안보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외교가는 미국이 돌연 관세·통상 부문이 아닌 안보 분야에 쿠팡 문제를 연계시킨 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김 의장에 대한 신변보장 요구는 지난달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행정부가 김범석이라는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한미관계의 리스크를 담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양국 관계에 불협화음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미국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갈등이 증폭될 여지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것"이라며 "쿠팡 문제를 안보 협의에 연계하는 것은 양국 간 확고한 약속인 정상 간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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