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력회사 엑셀론의 최고경영자(CEO)인 캘빈 버틀러가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회사의 자체 발전소 건설 및 운용 허용을 촉구하는 버틀러는 새로운 기반 시설(인프라) 구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버틀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의 발전소 부족으로 미국인들이 내년에 전력을 잃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겨울, 약 40만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 직전까지 갔다”며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북동부와 중서부의 전력망 운영기관인 PJM은 향후 10년 동안 60기가와트(GW)의 전력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2월에 열린 전력 용량 경매에서는 6.5GW의 부족분을 확인했다. 컨설팅업체 ICF에 따르면 미국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약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전기요금은 작년 이후 전국적으로 7% 상승했다. 엑셀론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대형 시장에서는 상승 폭이 더 컸다. 뉴저지 17%, 메릴랜드와 펜실베이니아는 각각 16%와 13% 올랐다.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이 전기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노후 전력망을 개선하는 비용도 영향을 미쳤다.
전력회사가 쉽게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치권이 주 규제당국에 요금 인상 시도에 제동을 걸 것을 촉구하고 있어서다. 뉴저지와 뉴욕, 메릴랜드 등 일부 주는 전력회사 요금 인상을 더 엄격히 평가하고, 소비자에게 세액공제와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 남동부 지역의 엑셀론 자회사인 PECO는 지난 4월 내년 일반 전기·가스 요금 월 35달러 인상안을 철회했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엑셀론 계열사를 강하게 비판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버틀러는 요금 인상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데 대해 주지사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격 인상 철회는 더 높은 비용 상승을 뒤로 미루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버틀러는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는 세계적 수준의 전력망을 운영할 수 없다”며 “그런 성장을 감당하면서 요금 인상 심사를 신청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엑셀론은 지난 5월 향후 4년간 예상 자본지출을 4억달러(약 6120억원) 늘렸다.
전력회사 자체 발전소 허용을 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독립 발전사업자들이 수익성을 달성하는 데 10~20년이 걸리는 발전소를 새로 지을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며 “전력회사는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객에게 고정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독립 발전사업자가 발전 자산을 소유해왔다. 전력회사는 송전과 배전 인프라를 관리한다.
전력회사가 자체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버틀러의 로비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메릴랜드주 의회는 두 건의 제안을 위원회 단계에서 폐기한 바 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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