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철강 일부에 50% 관세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멕시코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국은 과거 멕시코산 철강 수입량을 기준으로 일정 한도까지 무관세를 적용(쿼터제)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외국산 철강을 쓰고 있는 미국 제조업체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정부에서도 철강 부문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25% 관세율을 적용한 뒤 각국과의 협상을 거쳐 관세율을 조정해줬다. 우리나라도 최대 수출 한도를 설정하는 대신 관세 적용을 면제받았다. 당시 수출 한도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수출 규모를 계산해 연 263만t으로 설정됐다.
이번 협정에서 결정되는 수출 상한선(미국의 수입 상한선)은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은 멕시코산 철강 약 320만t을 수입했다. 멕시코도 미국산 철강 352만t을 수입했다.
지금까지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통해 이런 거래 중 대부분이 무관세로 처리됐다. 그러나 중국산 철강이 멕시코를 우회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사례가 많아지자 미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북미지역에서 제강(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철강은 232조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철강을 멕시코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관세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6일에는 워싱턴DC에서 미국 상무부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장관과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에둘러 보여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측이 이번주 철강 관세에 관한 협상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아직 남아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시위를 둘러싸고 양국 간 외교관계가 불편해진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멕시코와 쿼터제 도입을 결정할 경우 이는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도 선례가 될 수 있다. 한국도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인 만큼 일정한 기준하에서 관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