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부 중소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을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이더가 저렴한 가격과 신뢰성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강력한 블록체인 기반으로 스테이킹 기능을 갖춘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미국 상장 기업들은 7월 말 기준 최소 96만 6,304개의 이더리움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약 35억 달러 규모이다. 지난 해 말 기준 보유량은 11만6,000개로 반년 사이 이더리움 보유량이 8배 이상 증가했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지난 해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이후 수요가 증가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다른 코인들과 달리 이더리움은 스테이킹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테이킹은 이더 보유자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토큰을 예치하면 약 3~4%의 이더로 보상을 받는다. 은행에 돈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시스템과 유사하다.
비트 디지털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타바는 "이더리움은 기관 등급을 받을 만큼 규모가 크면서도, 향후 상승 가능성을 기대할 만큼 도입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자신의 회사 대차대조표에는 이더를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더는 또 대출 플랫폼이나 거래 프로토콜, 스테이블코인 등 광범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구동하여 암호화폐 금융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도 활용된다. 이 때문에 "기업이 이더를 보유하는 것은 보유 자산 다양화 외에도 탈중앙화 금융 관련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벤처 캐피털 이노베이팅 캐피털의 경영파트너 앤서니 조지아데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의 불확실성이 디지털 자산의 공정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가격 변동성 등의 문제가 기업들의 도입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올해 초 이더를 축적할 계획을 공개한 비트마인과 게임 미디어 네트워크인 게임스퀘어 등은 각각 3,679%와 123%씩 주가가 급등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관련 모멘텀에 쏠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무제한적인 낙관론에 대해 경고했다.
AJ 벨의 투자 분석가인 댄 코츠워스는 "암호 화폐 관련 주가 반응은 밈 열풍의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엄청난 변동성을 가진 특성상 위험 감수성이 낮은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재무 자문 회사인 스트레이츠버그의 설립자이 아누즈 카르닉은 “대부분의 CFO라면 이더와 현금을 교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과 복잡성을 감내할 수 있는 ‘기술 지향적’인 기업의 금고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보유하는 자산은 유동성,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은 암호 화폐를 자산 배분에 포함하는 것을 실험적인 ‘대안적’ 자산 배분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SEC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스테이킹에 대한 입장을 완화했으나 아직 스테이킹 관련 관행에 대한 규제 세부 사항은 여전히 논의가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보상에 대한 세금을 소득으로 부과할지, 블록체인에 예치한 토큰은 대차대조표에서 어떻게 처리할 지,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면 보관 의무가 발생하는지 등이다.
그러나 일부 회사들은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매입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주식 매각이나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본으로 이더를 매수하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비트마인은 7월에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에 1억 8,200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이더를 사들였다. 게임스퀘어 CEO 저스틴 케나 또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더에 투자하기 위해 자사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코인 메트릭스에 따르면 이 날 미국 시장에서 이더는 1.5% 상승한 3,62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1.1% 상승한 114,94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