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자유무역체제 분수령
16년 연장 대신 매년 검토 결정
그리어 "美이익 극대화 최우선"
中부품 비중 축소 등 요구할 듯
멕시코에 美 수출거점 둔 기업
관세 리스크 등 우려에 발동동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현행대로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 인해 10년에 걸친 재검토 절차가 시작되면서 멕시코 등지에 생산 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의 경영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현행과 같은 형태의 USMCA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협정의 미비점과 이들 국가와의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 캐나다와 계속해서 협의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거나 협정이 종료될 때까지 이 협정은 계속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협정으로 2020년 7월 발효됐다. NAFTA와 비교할 때 USMCA는 자동차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고, 16년의 유효기한을 정하되 6년마다 연장 여부를 검토하도록 했다.
이날은 USMCA를 16년 더 연장하는 마감일이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앞서 16년 연장 의사를 밝혔지만, 그리어 대표는 이날 멕시코, 캐나다 통상 담당 장관과 USMCA 이행 상황을 논의한 뒤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종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10년이라는 기한 동안 매년 협정 내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이 기한 내에 3국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USMCA는 2036년 자동 종료된다. 어느 한 나라가 협정 탈퇴를 선언할 경우에도 협정은 끝난다.
이번 결정으로 연간 약 2조달러(약 3100조원) 규모의 무역이 이뤄지는 북미 경제권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게 됐다. 멕시코 등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수출해 온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례 재검토 기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면 탈퇴 등의 방식으로 협정을 더 일찍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리어 대표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는 점에서 협정 연장 거부는 추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자동차 등 협정 대상 품목에서 미국산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자동차 부품·자재의 절반을 미국산으로 조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중국산 부품의 비중을 제한하고,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산 차량 수입을 제한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멕시코는 USMCA의 존속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으며, 멕시코산 제품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을 차선책으로 두고 있다.
멕시코에 비해 협상 진척이 늦은 캐나다는 미국이 제기한 무역 현안과 비관세장벽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USMCA를 둘러싼 3개국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멕시코의 무관세 혜택을 활용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던 한국 기업들도 높아진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기아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 공장에서 소형차 'K3'와 'K4'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26만5000대로 이 가운데 53%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북부 국경 도시인 티후아나에서 TV, 모니터 등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전제품은 생산지와 부품 조달 구조에 따라 관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고 원산지 기준이 강화되면 비용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관세 부과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박민기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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