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나타내는 한자 '春'
땅에서 풀 나는 모습 형상화
한자는 수만가지 동작 표현
동양 사유의 기준 자리매김
가장 오래된 한자사전 '이아'
한나라때 편찬…4300자 담겨
中 최초 사전은 '설문해자'
'부수' 개념 처음으로 정립
봄을 나타내는 한자 춘(春)은 해가 비추자 초목이 돋아나는 계절의 감각을 품은 글자다. 그런데 고대에서 한자 '春'은 모양이 달랐다. 풀을 나타내는 초(艸) 아래에 소리 요소이기도 한 어려울 준(屯), 아래에 해를 뜻하는 일(日)을 썼다. 시간이 흐르면서 요소들이 합쳐지고 간략해지다가 오늘날의 '春'이 된 것이다. 저자 윤성훈은 이를 두고 "땅에서 풀이 나는 모습을 형용했다는 설도 있고, 막 순을 틔우려 하는 잎망울을 본떴다는 주장도 있다. 땅을 뚫고 올라온 새순과 추운 겨울을 견디고 움튼 눈은 고난을 겪고 나는 새 생명"이라고 설명한다.
한자를 존재가 남긴 '몸짓'이자 문명을 밀어올린 '무늬'로 바라보는 벽돌책이 출간됐다. 신간 '한자, 문명의 무늬'다. 동양 문명의 정신적 뼈대였던 한자가 사유의 질서이자 기준으로 작동함을 말하는 책이다. 문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저자가 품은 첫 질문은 이렇다. '한자는 도대체 몇 자일까?' 책에 따르면 한자는 인간의 온갖 행동이나 생각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말 그대로 '무한대'에 가까운 글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한자사전은 한나라 초기에 편찬된 '이아(爾雅)'로 중국 고대 어휘를 실었는데, 이 책에선 4300자가 다뤄졌다. 중국 최초의 본격 사전인 '설문해자'는 9353자로 1만자에 가깝다.
그러나 설문해자의 위대함은 단지 통용되는 한자를 한데 모았다는 데에만 있지 않았다. 설문해자는 한자의 공통 요소인 '부수' 개념을 처음으로 끌어온,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의 결과였다. 부수란 1획인 '한 일'부터 17획인 '피리 약'까지 획수 순으로 한자의 공통 요소를 추출해 배치한 걸 뜻한다. 이 체계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후한 시대에 등장한 설문해자에 적용된 부수 개념은 약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 중이다. 저자는 쓴다. "부수는 한자의 체계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우주의 체계다. 쉽게 말해 만물인 것이다."
한국에선 한자사전이라고 하면 설문해자란 용어보다는 주로 '옥편'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옥편은 일반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다. 삼국시대 당시 유입된 한자사전의 이름이 '옥편'이었는데, 그때부터 한자사전을 옥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 이는 청주를 정종으로, 이발기를 바리깡으로, 소화제를 활명수로 부르는 이치와 비슷하다. 옥편 원본에는 1만6917자가 담겼는데 현존하지 않고, 송나라 때 만든 증보판에는 2만261자가 실렸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한자사전은 5만자 안팎으로 집계되나, 이 문제도 간단치 않다. '이체자' 때문이다. 이체자란 '정자와 표준에서 벗어난 자형이자만 사실은 같은 글자'를 말한다. 가령 몸을 뜻하는 체(體)가 표준인 반면, 골(骨) 대신에 신(身)을 쓴 다른 한자가 이체자가 된다. 책에 따르면 이체자를 제외하면 2만~3만자, 대체적으로는 5만자, 넓게는 10만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한자 개수는 '모른다'가 정답이란다.
우리가 폰트로 사용하는 명조체는 '명나라의 글씨체'란 뜻이다. 이 표현은 일본에서 인쇄 용어로 사용되다가 근대 이후 한국에 수입된 단어다. '획 끝에 작은 장식적 돌출부가 있는 폰트'를 명조체라 부른다. 이 돌출부를 영어로 세리프(serif)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선 세리프가 있는 폰트를 명조체로 부르지 않고 송체자(宋體字)라고 부른다. 그건 또 왜일까.
명대 시기에 일본에서 대장경이 간행됐다. 이때 참고한 대장경이 명대 시기의 만력판 대장경이었다. 일본의 근대 인쇄술이 한국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명조체란 말이 주로 쓰였다는 것. 더 흥미로운 점은 한국인이 쓰는 '한자 명조체'는 명나라 때가 아닌 청나라 때 출판된 '강희자전'을 기반한다. 명대에 성립된 목판 인쇄술을 청이 충실히 계승했기 때문이다.
한자의 바다를 유영하다 심해에 이르는 이 책은 진심으로 흥미롭다. 특히 경전의 의미를 사유하는 대목은 울림이 크다. 경전은 문학(文)·역사(史)·철학(哲)을 아우르는데, 동양의 경전은 "인간 문화의 기준은 인간 안에 있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이는 절대자에게서 인간의 기준을 찾으려고 했던 서양과는 다르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의 'Cathay'가 거란의 영어 표기란 점도 이채롭다. 책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시대의 히어로와 안티히어로인 유비와 조조, 죽음도 함께하는 의형제라는 사나이의 로망, 전략의 신(神) 제갈량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자를 '인간 몸짓의 역사'로 규정한다. 수천~수만 가지 몸의 역사가 남아 지금의 우리를 구성했다는 것. 그는 밀란 쿤데라의 '불멸'로 책을 마무리하면서 "개별자의 수보다 몸짓의 수가 더 적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존재자는 사라져도 몸짓은 불멸한다"는 문장을 남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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