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이달 말 들어설 예정이던 ‘윤봉길 의사 추모관’이 우익 세력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개관 시점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추모관 설립을 이끄는 김광만 다큐멘터리 PD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익들의 반대 시위도 커졌고, 추모관 건립 참여한 사람들 간의 내부 의견 조율도 필요해 이달 말 개관은 일단 연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개관일은 윤봉길 의사의 탄생일(6월 21일)이나 순국일(12월 19일)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시기를 지금 밝힐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모관은 윤 의사가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일본군에 폭탄을 던진 4월 29일에 맞춰 개관을 준비 중이었다.
‘윤봉길 의사 추모 안내관’으로 명명될 추모관은 가나자와역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전체 면적 약 291㎡의 3층 건물로, 재일교포들의 도움으로 매입돼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1층은 맞이방과 한국과 관련된 가나자와 역사 유적 전시, 2층은 ‘윤 의사와 가나자와’를 주제로 한 전시실, 3층은 사무실 및 회의실로 꾸며질 예정이다.이어 지난달 30일에는 가나자와시에서 추모관 설립 반대 시위도 열렸다. 우익단체 회원 약 150명이 차랑 30~40대에 나눠타고 몰려와 “윤봉길은 일본인을 죽인 테러리스트” “기념관 설립을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런 가운데 우익들의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혐오 발언)에 반대하는 시위대 10여 명도 현장을 찾아 대립했다. 일본 경찰 약 500명이 출동해 통제한 탓에 양측간의 큰 물리적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나자와시는 윤 의사가 마지막 생애 순간이 담겨있는 역사적인 곳이다. 1932년 상하이 의거 이후 윤 의사는 그해 5월 일본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 일본 오사카로 호송된 뒤 12월 18일 가나자와 제9사단 사령부 구금소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시카와현 일본군 공병 작업장에서 총살형으로 24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윤 의사가 마지막 밤을 보낸 제9사단 사령부 구금소는 현재 공중화장실 자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총살형을 당한 순국지는 가나자와 자위대 기지 안에 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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