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열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이번주 언제라도 체포영장을 집행할 가능성이 있어 경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차 체포 주도권을 쥔 경찰은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 등에 대해 구속·체포영장을 각각 신청하는 등 경호처 무력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속해 있는 윤갑근 변호사는 12일 “공수처와 국수본이 불법·무효인 체포영장을 불법적 방법으로 계속 집행하려 시도하고 있어 대통령 신변 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된다”며 윤 대통령이 첫 변론기일에 불출석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신변 안전과 경호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든 출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재차 발부한 지 엿새째인 이날까지 집행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1차 집행 당시와 달리 수사의 밀행성을 들어 영장 유효기간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윤 변호사 등 4명의 변호인단은 이날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며 수사 대응에 나섰다.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이첩받은 지 25일 만이다.
최대 변수는 1차 집행을 막아선 경호처에 대한 경찰 수사다. 국수본은 박 전 처장과 김 차장에 대해 구속·체포영장을 각각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작전 실행 전 수뇌부를 무력화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1차 영장 집행 때 방어전을 주도한 박 전 처장(10~11일)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11일) 등은 지난 주말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았다. 국수본은 박 전 처장으로부터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도중 박 전 처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경호처 지휘권은 김 차장에게 넘어갔다. 김 차장은 “처장 직무대행으로서 엄중한 시기에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경찰 측 3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했다. 국수본은 이날 김신 경호처 부장에게도 14일 오전 10시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야권은 김 차장과 김 부장 등이 김건희 여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가까운 ‘강경파’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정식 변론에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하되, 이날도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격적인 변론은 오는 16일부터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헌재는 14일과 16일, 21일, 23일, 2월 4일까지 한 달 치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했다. 16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김 전 장관의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등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주요 피의자들의 형사 재판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철오/장서우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