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자와 완성한 자수, DMZ 돌 본딴 조각…작품에 새긴 분단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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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의 시간을 건너 남한의 작가와 북한의 노동자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전시 제목의 유령은 북한, 국제 정세처럼 실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는 대상을 가리키고 지도는 실체가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작가가 그려 나가는 세계(지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08년부터 북한에 도안을 보내면서 이어온 '자수 프로젝트' 연작을 비롯한 주요 캔버스 자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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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서
함경아·마이클 주 각 개인전

함경아 ‘시(poetry) 03WBXS01’(2018-2024). 국제갤러리

함경아 ‘시(poetry) 03WBXS01’(2018-2024). 국제갤러리

10여 년의 시간을 건너 남한의 작가와 북한의 노동자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자수 작가’ 함경아가 중개인을 통해 북한에 처음 도안을 맡길 때만 해도 이것을 완성할 수 있을지,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모든 게 불투명했다. 그래서였을까. 가까스로 북한에서 돌아온 자수를 손에 쥐었을 때 그는 눈물을 흘렸다. 함 작가는 그 자수 파편들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자수를 더하면서 분단의 아픔과 사회적 현실에 대한 감정을 한 편의 시처럼 은유해 캔버스에 엮었다. 어느 부분을 남한에서 짰고 어느 부분을 북한에서 짰는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실이 복잡하게 얽힌 이 작품의 제목은 ‘시(poetry)’. 이들은 캔버스 위에서 밝고 화려한 색채로 하나가 되어 희망을 노래한다.

함경아 작가의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 K1·K3·한옥 전시실에서 오는 11월 3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의 유령은 북한, 국제 정세처럼 실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는 대상을 가리키고 지도는 실체가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작가가 그려 나가는 세계(지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08년부터 북한에 도안을 보내면서 이어온 ‘자수 프로젝트’ 연작을 비롯한 주요 캔버스 자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도안을 북한으로 보내는 자수 프로젝트는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 펜데믹과 남북 관계 경색으로 북한 노동자와의 협업이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2018년에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건너온 자수를 토대로 지난 6년 동안 작가가 긴 기다림 속에서 천천히 완성한 것들이다. 함 작가는 “2018년 이후 북한에서의 작업은 완전히 끊긴 상태”라며 “건너 건너 소식은 간간이 들려오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많이 일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인 새 연작 ‘너는 사진으로 왔니 아니면 기차 타고 왔니?’(2024)는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은 존 버거의 저서 ‘제7의 인간’ 속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사진을 수송의 형태이자 부재의 표현으로 본 버거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한 친구가 꿈속에서 나를 보러 온다. 멀리서 찾아온 친구다. 꿈에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사진으로 왔니 아니면 기차 타고 왔니?” 함 작가는 사진으로만, 또는 자수로만 소통할 수 있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마트폰 등 가상세계 속 소통과 현실 속 소통의 괴리도 포함된다.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의 개인전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도 같은 기간 국제갤러리 K2 전시실에서 열린다.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인식과 정체성, 그리고 경계성에 대해 탐구해온 그는 자연물과 인공적으로 만든 건축적 요소를 융합한 조각, 설치, 회화 작품을 전시한다. 이북 출신 어머니를 둔 주 작가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들과 한탄강 주변에서 수집한 작은 화산석 샘플을 디지털 스캔으로 본 따 만든 조각 작품 ‘Revider with Carbon Doppelganger’(2024)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DMZ의 장소적 맥락을 품으면서 관람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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