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진수 도중 넘어져 물에 빠졌던 구축함을 불과 3주 만에 일으켜 세워 진수식을 거행했다. 북한이 최근 진수한 '최현함'과 같은 5000t급 구축함이며 함명은 '강건호'로 명명됐다. 다만 함선은 제대로 수리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13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이 전날 나진 조선소에서 진행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진수식 연설에서 지난달 벌어진 함선 전복 사고와 관련해 "예상치 못한 황당한 사고로 당황실색했으며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추락시킨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적 행위였다"면서도 "우리는 이 시간에 참으로 커다란 교훈을 축적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함정의 함급은 지난 4월 진수한 '최현급'이라고 밝혀 5000t급 구축함임이 확인됐다. 함명은 일제 강점기 때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한 강건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강건은 북한 공산정권 수립에 가담해 초대 인민군 총참모장 겸 민족보위성 부상을 지냈고 6·25전쟁 때 전사했다.
강건함은 지난달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열린 진수식 도중에 배 뒷부분이 물에 먼저 들어가고 뱃머리가 육지에 걸려 넘어졌다. 사고를 목격한 김정은은 관련자를 처벌하고 6월 말로 예고된 제8기 제12차 당 전원회의 전까지 수리를 마치라고 지시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불과 20일 만에 배를 일으켜 세워 물에 띄웠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청진조선소 현대화직장 제관1작업반장 조금혁이 순직했다"며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유가족에게 '사회주의 애국 희생증' 수여를 약속했다.
다만 구축함 수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건호는 청진항에서 사고 후 수리를 위해 나진으로 옮겨졌는데, 자력 항해가 아닌 예인되는 형태로 움직인 것으로 우리 군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진수식 사고에 따라 대함 미사일 발사대 등이 파손돼 일부 장비를 미탑재한 상태에서 진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만 급조 복구한 뒤 진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외형상은 수리 완료된 것처럼 보이나 운용 관련된 것은 한미 정보당국이 추적감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미국을 비롯한 적들의 위협에 맞서 자위권 차원에서 구축함을 건조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추종국가 군대의 도발적 흉심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으며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수는 분명히 위험 한계를 훨씬 넘어섰다"며 "우리는 침략적인 상대에 대하여 비등된 힘으로써 매사 반사적으로 반응할 것이며 압도적인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으로 우리 해군에 맞설 함대 건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중앙군사위원회는 내년에 5000t급 구축함 2척을 추가로 건조하는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