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관세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 레지옹(지역)이 관세 전쟁 시대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다. 유럽 북부와 서부를 잇는 산업·물류의 교차점인 이 지역에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가 몰리고 있다.
최근 방한한 프랑수아 드코스테르 오드프랑스 의회 부의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가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메이드 인 유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이끌어낼 기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EU와 다른 국가들의 협업이 가능해지고, 유럽산 제품 소비가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EU는 4억5000만명 구성원의 단일시장을 기반으로 무역과 생산에서 여전히 강력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역내 생산·물류 거점으로서 오드프랑스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정책적 일관성 역시 오드프랑스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환경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연합은 일관성 있고 단호하게 환경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드프랑스는 프랑스 북부 해안에 위치해 파리, 브뤼셀, 런던, 암스테르담 등 유럽 대도시와 300km 이내로 연결된다. 예로부터 물류 산업과 유통 산업이 발달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낮고, 유럽 역내 시장을 중심으로 산업이 돌아가는 덕에 보호무역 기조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오드프랑스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유럽의 배터리 밸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네 곳의 기가 팩토리를 유치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드코스테르 부의장은 “전기차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5% 성장이 예상된다”며 “전기차용 배터리는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유럽 산업정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오드프랑스는 전기 자동차 솔루션 시장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직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당 산업에서 93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오드프랑스와 한국 간 경제협력이 저조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은 배터리, 탈탄소화 기술 분야에서 유럽과 가장 활발한 협력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드프랑스는 한국과 전기차·배터리 분야를 포함한 R&D 협력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