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KB국민카드 시니어 결제액 분석
5년 연속 시니어 선호상권 잠실 1위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뷰티에도 관심
요즘 시니어들은 잠실 롯데백화점·롯데월드몰에서 쇼핑 후 석촌호수를 산책하고, 송리단길에서 커피를 마신다. 소비력을 갖춘 시니어들이 늘면서, 커피와 디저트 및 화장품 소비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이 KB국민카드와 함께 서울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시니어들의 카드 결제액을 주요 상권·업종별로 분석해본 결과, 시니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핫플’은 서울 송파구의 잠실과 송리단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9월 기준 서울 주요 18개 상권 가운데 시니어들의 카드 결제액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잠실·송리단길(23%)로 단연 1위였다. 이는 건대입구(14%), 교대·강남(10%), 합정·홍대·망원·연남(8%), 삼각지·용리단길(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잠실·송리단길은 2019~2023년에도 20%의 카드 결제액 비중을 꾸준히 보이며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카드를 긁는 장소였다.
다양한 소비와 문화생활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시니어들이 잠실, 송리단길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잠실은 롯데백화점, 롯데월드몰을 통해 쇼핑, 영화 관람, 식사 등을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송리단길은 석촌호수 부근의 신흥 골목상권으로 맛집과 카페가 많은 곳이다. 주변 석촌호수를 통해 산책을 즐기는 시니어들도 많다.
5년 전에 비해 카드 결제액이 올해 가장 많이 늘어난 상권은 종로3가·익선동(153%)인 것으로 드러났다. 종로3가와 익선동은 탑골공원, 낙원상가 등 시니어들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들이 많아 자연스레 돈을 쓰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돈을 쓰는 분야는 5년 연속 음식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카드 결제액 중 절반가량인 45%를 식사를 위해 썼다.
부동의 1위인 식사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 결제 업종의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카페·디저트와 화장품·뷰티 등이다. 지난해 카페·디저트의 시니어 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1% 급증했다. 화장품·뷰티에 대한 소비도 133%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퇴한 시니어들이 구매력을 갖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건강을 챙기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3가에서 만난 60대의 장주현 씨는 “익선동엔 예쁘고 잘 정돈된 카페가 많다”며 “친구들과 함께 나와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잠실에서 쇼핑을 즐기던 또 다른 60대의 김용덕 씨는 “자녀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카페”라며 “나이를 먹으면서 피부와 헤어스타일에도 관심이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동안 2030 청년층 고객 유치에 나섰던 유통업계는 최근 들어선 액티브 시니어를 노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연령대에서 시니어들의 카드 결제액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연령대별 매출에서 50대 이상 시니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구매력을 갖춘 VIP 시니어 고객을 모시기 위한 멤버십 경쟁이 유통업계에서 치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