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공급 병목…삼성, 2나노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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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HBM4를 둘러보고 있다.  이솔 기자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HBM4를 둘러보고 있다. 이솔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주로 인한 ‘공급 병목’이라는 변곡점에 직면했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삼성전자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과 첨단 패키징을 앞세워 빅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2㎚ 수율 60% 돌파

반도체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TSMC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및 2㎚ 공정 라인은 이미 2027년 물량까지 사실상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엔비디아, 애플 등 대형 고객사들이 선단 공정 물량을 독점하면서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설계가 끝나도 생산 라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품 출시 지연으로 이어진다.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CoWoS)의 병목 현상은 더 심각하다. 엔비디아가 TSMC 패키징 물량의 약 60%를 독점하면서 나머지 물량을 두고 AMD, 구글, 아마존 등이 치열한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리드 타임(주문 후 납기)이 길어져 “돈이 있어도 칩을 못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브로드컴 등 주요 빅테크들이 단일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 파운드리를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TSMC 공급 병목…삼성, 2나노로 승부수

삼성전자는 TSMC의 대안을 넘어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약적으로 상승한 2㎚ 공정 수율이 있다. 삼성 파운드리 2㎚ 공정 수율은 최근 60% 수준을 기록하며 대량 양산의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하반기 20%대에 머물던 수율이 불과 반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의 수율 개선을 이끌어냈다. 수율이 60%를 넘어서면 웨이퍼당 양품 생산량이 늘어나 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고객사에 TSMC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해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자율주행 칩 ‘AI6’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퀄컴과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2㎚ 수율 60% 확보는 AMD, 구글 등과 같은 대형 고객사를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결정적 카드”라고 평가했다.

◇ 삼성만의 ‘턴키’ 승부수

삼성의 또 다른 핵심 무기는 패키징 턴키 서비스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HBM), 로직(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역량을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의 강점을 극대화한 전략이다.

HBM4 시대가 열리면서 이 전략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HBM4의 최하단부 ‘베이스 다이’는 초미세 로직 공정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삼성은 자사 파운드리에서 베이스 다이를 제작하고, 그 위에 HBM을 얹어 완제품으로 제공하는 원스톱 공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전체 개발 기간(TAT)을 약 20% 단축할 수 있어 속도 경쟁이 치열한 AI 칩 시장에서 빅테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에서 공급받은 HBM을 토대로 패키징만 수행해야 하는 TSMC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북미 빅테크 고객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6.8%에서 4분기엔 7.1%로 반등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생산 여력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2027년에는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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