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늑대 ‘늑구’가 탈출했다가 열흘 만에 생포됐다. 늑대의 탈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사뭇 놀라웠다. 두려웠으나 차분했고, 무엇보다 살아서 동물원으로 돌아오기를 한목소리로 바랐다.
동물원 밖으로 간 동물들의 말로
지난 4월 9일, 늑대 ‘늑구’가 울타리 아래 땅을 파고 동물원을 탈출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내 머릿속에는 과거 사건들이 자동 재생되었다. 2018년 8살 퓨마 ‘뽀롱이’가 열린 문틈으로 탈출했다가 4시간 만에 사살되었다. 시간을 더 돌리면 2009년에는 수목원에서 12살 늑대 ‘아리’가 탈출해 28시간 만에 사살되기도 했다. 사살 배경에는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당위가 있었지만, 사람의 관리 소홀로 울타리 밖으로 나간 동물들이 죽음으로 책임을 떠안는 현실은 몹시 불편했다.
‘아리’ 사건 종료를 보도하는 뉴스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수목원 측은 관리 강화를 약속하며 아리가 낳은 새끼들이 있어 늑대 유전자 보존에는 문제가 없고, 아리를 박제해 학술 연구와 자연 학습 전시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설명 외에 무고한 생명을 앗은 데 대한 도의적인 사과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뽀롱이’ 사건이 터졌고 시민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퓨마를 사살할 수밖에 없었는지, 구조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평생을 사육장에 갇혀 지낸 퓨마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번 ‘늑구’ 사건은 또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이 지켜 낸 늑구의 내일
늑대가 탈출했다는 뉴스에 인근 주민들은 긴장했으나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늑구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늑구가 이대로 야생에 적응해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본능과 습성을 좇아 살면 좋겠다는 이도 다수였다. 이런 마음들 덕일까, 늑구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짧은 외유를 끝내고 생포되었다. 곧 온라인에서는 ‘늑구의 봄 산책’이라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영상에서는 늑구가 벚꽃을 구경하고 숲에서 낮잠도 자며 봄 나들이를 즐긴 뒤 마침내 돌아온다. 그런가 하면 늑구가 만난 울타리 밖 세상은 녹록지 않았고 외롭기도 했을 테지만, 그 여행이 따뜻했기를 바라는 웹툰에도 많은 이가 ‘좋아요’를 눌렀다.
‘늑구’ 사건에 보인 대중의 반응에서 변화를 감지한 건 나뿐만이 아닐 테다. 탈출 동물을 대하는 핵심 감정이 과거의 공포와 비난에서 연민과 공존으로 옮겨갔고, 전시동물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고유한 생명권을 가진 존재로 인식한다는 느낌이다. 온라인 기사나 SNS에도 ‘늑대는 겁이 많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땅굴을 판 건 본능이다’ 같이 늑대의 본성을 대변하는 댓글이 많았다. 이번 해프닝으로 우리의 동물권 인식 수준이 진일보한 사실을 확인한 건 일면 다행스럽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9호(26.05.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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