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 달 전 전망치(1.5%)보다 0.5%포인트 하향된 수준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해 성장이 제약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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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올해 성장률 1.5→1.0% 하향
OECD는 3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OECD는 우리나라 성장률을 지난해 9월까지 2.2%로 유지하다가 12월 2.1%로 낮췄고, 올 3월에 1.5%로 재차 낮춘 바 있다.
성장률 하향조정은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과 투자가 제약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OECD는 그나마 소비가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를 바라보는 관점이 지난달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성장률 전망(0.8%)과 달리 OECD가 1%대 성장률을 예상한 이유로 분석된다. OECD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 완화되고, 실질임금이 상승해 하반기 민간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관측했다.
OECD는 이같은 소비 회복 흐름이 이어진다는 전제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전망과 동일한 2.2%로 유지했다. 한은과 KDI는 내년 성장률을 각각 1.6%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OECD는 내수 진작을 위한 ‘통화정책 완화’를 조언했다. OECD는 연말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2.0%로 내려야 한다고 봤다. OECD 전망대로 한국 경제가 1.0% 성장을 하기 위해선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가 필요한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0.25%포인트 내린 2.50%로 결정했다.
다만 국내에선 한은과 KDI 평가처럼 1%대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꺾였던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소비가 조금 나아질 수 있다”면서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찍은 상황에서 1%대 성장을 기록하기 위해선 다른 지표들도 올라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OECD는 정부 재정정책의 경우 단기적인 재정지원이 적절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장기 재정운용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 노동시장에 대해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노인 빈곤을 완화해 출산·육아에 따른 기회비용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 목표치(2.0%)에 근접한 수준인 2.1%로 전망됐다. 이는 3월 전망(1.9%) 대비 0.2%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내년엔 지난 전망치(2.1%)보다 0.1% 낮춘 2.0%가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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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OECD |
“세계 경제, 더 어려워져”
OECD는 세계경제가 보다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2.9%로 제시하며 지난 3월(3.1%)보다 0.2%포인트 낮춰잡았다. 내년 세계 성장률도 기존보다 0.1%포인트 하향한 2.9%로 전망했다.
무역장벽 확대, 금융 여건 악화, 기업·소비자심리 약화, 정책 불확실성 확대 등이 지속하면서 성장이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성장 둔화는 미국, 멕시코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별로 미국은 실효 관세율 상승, 무역 상대국 보복 조치 등으로 성장이 상당히 둔화해 올해 1.6%, 내년 1.5% 성장을 전망했다. 각각 0.6%포인트, 0.1%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올해 멕시코 성장률은 1.3% 하향된 0.4%로 전망됐다.
유로지역은 지속적인 자본지출과 회복력 있는 노동시장 등이 무역 갈등 영향을 상쇄해 올해 1.0%, 내년 1.2% 성장 유지됐다.
중국은 관세 인상 등 영향으로 성장이 둔화하나, 재정 부양책이 이를 일부 완화해 올해 4.7%, 내년 4.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각 0.1%포인트씩 하향됐다. 일본의 경우 소비·투자 증가가 대외수요 감소로 상쇄되며 올해 0.7%, 내년 0.4%로 전망됐다. 올해 성장률은 0.4%포인트 하향됐고, 내년은 0.2%포인트 상향됐다.
OECD는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무역장벽 강화 또는 급격한 변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장기화 △위험자산 재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 촉발 우려 등을 지적했다. 상방 요인으로는 무역장벽 완화 등이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