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군법사로 활동하는 지효 스님
“호국불교는 더 큰 살생 막는 적극적인 불살생”
6·25전쟁 75주년을 앞두고 17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홍제사에서 만난 육군본부 군종실 지효 스님(소령)은 “기성세대가 보기엔, 과거와 달리 요즘 장병들은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16년째 군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1980, 90년대 군 생활을 한 부모 세대가 보면 놀랄 정도로 지금 장병들은 과거와 다르다”라고 했다. 부모 세대 시절에는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 생활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식이었다면, 요즘 장병들은 부대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는 것. 이는 여가 시간에 운동, 공부 등은 물론이고 피부 미용까지 자기 관리로 이어진다고 한다.
불교는 살생을 금하는데, 적을 죽일 수밖에 없는 ‘호국불교’라는 개념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걸까. 지효 스님은 “군은 타국을 침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우리 가족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며 “서산대사, 사명당 같은 승군이 적을 죽인 것은 침략자들로부터 자행되는 더 큰 살생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불살생을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군 부대와 전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명량해전의 경우 배에 탄 승병들은 다른 수군과 달리 봉 끝을 헝겊으로 말아 왜군이 배에 오르지 못하게 밀어내고 쳐내는 식으로 싸웠다고 그는 말했다.
지효 스님은 6월 호국의 달은 물론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불당을 찾는 장병들에게 가능하면 ‘입관 체험’을 시켜준다고 했다.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라도 느끼기 위해 관에 잠시 들어가 있다 나오게 한다. 생각보다 많은 장병들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울림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죽음과 무상을 늘 가까이한다는 점에서 불교와 군은 닮은 점이 많다”라며 “군은 죽음과 늘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에 의미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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