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세대 간 갈등은 필연적이다. 오죽하면 기원전 2055년부터 1802년까지 지속된 고대 이집트 중왕국에서도 ‘요즘 젊은것들은 대대로 내려온 직업을 소홀히 하고, 지나치게 자유로워 방종하다’는 기록이 남은 파피루스가 만들어질 정도다. 자원이 부족하고 평균 수명이 짧아 생활양식이 크게 변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그런데,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빛과 같은 현대에서 세대 간 이해 부족은 당연하다.
공유하는 문화와 가치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이름을 붙이고 일반화해 정의하려는 시도도 자연스럽다. 우리 뇌는 인지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군집화해 단순화하고 일반화한다. 정도가 지나치면 선입견이 되지만 끝까지 따져 들지 않고 적당히 수용하려면 필수적인 작업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이에 과도한 추궁은 모두 비용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적당한 선에서 돌아볼 때가 됐다.
‘MZ(밀레니얼+Z세대)’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자 ‘영포티’라는 세대 명칭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밈과 이미지로 유명해진 MZ가 처음 그랬듯이 조롱 조로 사용되는 듯하다. 다행인 것은 JTBC에서 은퇴를 앞둔 중년 남성의 애환을 다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인기리에 방영하면서 적대적인 뉘앙스는 한풀 꺾이는 것 같다.
사회적 용례와 사전적 의미가 완전히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럼에도 워낙 전선이 분명하니 이 용어들의 태생이 어떤지 한번 짚고 가고 싶다. 그래도 20대로 통용되고 있지만 MZ라는 용어는 사실 2018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청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며 기업 마케팅에 참고하라고 1980~1996년생에 붙인 이름이다. 영포티는 40대를 칭하지만 사실 2015년 발간된 트렌드 서적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역시 기업 마케팅을 위해 1960년대 중후반~1979년생에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영포티의 절반 이상은 50대다. 40대의 절반은 MZ에 속한다.
세대 간 오해는 필연이지만 갈등이 폭발하는 건 필연이 아니다. 이름표가 전선이 된 이유는 각 세대 삶의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대명을 ‘성격 진단서’가 아니라 ‘환경 설명서’로 다시 돌려놓자. MZ를 말할 때는 디지털·취업·부채·주거의 환경을 함께 말하고, 영포티를 말할 때는 압축성장·외환위기·부동산·가족부양의 환경을 함께 말하는 식은 어떨까. 세대 담론이 누군가의 단점을 규정하는 순간 조롱이 되지만 시대의 어둠을 설명하는 순간 대화의 시작점이 된다. 사회적 ‘MZ’와 ‘영포티’ 사이에 끼어서 갈등 비용을 수습하고 있는 1980년대생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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