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에 나서는 영화다. 90년대 가요계에 대한 추억을 건드리는 영화는 디테일한 대사와 믿고 보는 오정세의 레전드 코미디로, ‘극한직업’ 이후 무리 없이 웃고 나오게 된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트라이앵글입니다!”
‘댄스머신’ 황현우(강동원), ‘절대매력’ 변도미(박지현), ‘폭풍래퍼’ 구상구(엄태구)로 구성된 3인조 혼성 K-팝 그룹 트라이앵글, 그리고 흩날리는 장발과 화이트 셔츠, 감미로운 목소리를 뽐내던 원조 ‘고막남친’ 최성곤(오정세). 트라이앵글의 신곡에 밀려 또 다시 1위를 놓친 최성곤은 마지못해 참석한 이들의 1위 축하 파티에서 사건에 휘말려 불미스럽게 은퇴하고, 트라이앵글 또한 표절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다.
20년 뒤, 생계형 방송인이 된 리더 현우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공연 제안이 들어오고, 현우는 재벌가 며느리가 된 도미, 빚더미에 앉은 채 보험 설계사로 근근이 버티던 상구까지 멤버들을 찾아 나선다. 세 사람은 다시 모여 공연장으로 향하지만, 수익금을 쥐고 도망갔던 전 소속사 박 대표(신하균)에, 유해 야생동물을 처리하는 사냥꾼으로 변신해 살아가는 전 라이벌 최성곤까지 등장하며, 상황은 꼬여간다.
‘해치지 않아’(2020), ‘이층의 악당’(2010),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을 연출했던 손재곤 감독과, ‘극한직업’의 어바웃필름이 만났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세기말 혼성 댄스 그룹으로 변신한 뮤직비디오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가운데, 여심 저격 발라드 가수 오정세의 노래 영상도 일찌감치 SNS를 장악해 영화 속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도 크다. 여기에 신하균이 톱100을 감지하는 눈과 귀를 탑재한 소속사 대표로 합류해, 안정적으로 코미디를 끌고 간다.
무한 윈드밀과 헤드스핀이 주특기인 현우 캐릭터를 위해 능숙한 댄스를 연습한 강동원이 ‘검사외전’의 능청스러움과 ‘전우치’의 재기발랄함을 능가하는 코미디까지 함께 소화해낸다. 불타는 열정과 달리 형편없는 랩 메이킹 실력으로, 그룹에서도 고작 한두 마디 파트가 전부였지만 무대 위에서 변모하는 상구 역은 엄태구가 맡았다. 영화 내내 관객들을 계속 웃기는 상구는 솔로 앨범 실패 후 보험 설계사로 살아가는 ‘폭망래퍼’의 설움을 진지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내 짠내 나는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히든페이스’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시리즈 ‘은중과 상연’으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오른 박지현이 ‘트라이앵글’의 센터 ‘도미’로 분해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걸크러시와 코믹 모먼트 등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가요계 황금기를 스크린에서 다시 경험할 수 있는 입체적인 음악과 비주얼, 무대도 팬들에겐 추억으로 향하는 볼거리다. K-팝 전문가들이 만든 트라이앵글의 노래와 성곤의 달달한 고백송 ‘니가 좋아’는 유튜브에서도 인기 몰이 중. 과한 필터, 눈동자를 또렷하게 살린 아이라이팅 효과 등은 그 시절을 휩쓴 가요계 트렌드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공연장 가는 길의 로드 무비는 극중극 형태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러닝타임 107분.
[글 최재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4호(26.06.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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