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깨우는 세수는 어느 정도의 온도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아무래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데는 찬물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사실 대체로의 추측과 달리 가장 좋은 건 미지근한 물이라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찬물로 세수하면 닿는 순간에는 피부 자극이 강해 잠이 달아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몸을 안정 모드로 바꾸려고 부교감신경이 자극된다. 이로 인해 오히려 금세 졸림을 느끼기 쉽다고. 반면 미지근한 물로 세수를 하면 교감신경이 적절하게 활성화되어 몸을 점차 각성시키기 때문에, 편안하게 아침을 시작하기 딱 좋다는 것이다.
‘미지근하다’. 사전적 의미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더운 기가 약간 돌다’는 뜻이 있다. 10~20°C의 찬물도, 70°C 이상의 뜨거운 물도 아닌, 보통 30~40°C 사이의, 달리 말하자면 ‘어중간한’, ‘거의 중간쯤 되는 곳에 있는’ 상태이다. 보통 ‘어중간하다’는 부정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를테면 어중간한 성적, 어중간한 실력 등이 그렇다. 하지만 아침 세수엔 오히려 어중간한 게 좋다고 하니 이 단어가 달리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사는 데에도 때론 이런 미지근함 혹은 ‘어중간’이 필요한 것 같다. 소위 ‘모 아니면 도’, ‘이거 아니면 저거’ 식의 태도도 물론 중요하다. 분명한 사리분별과 정확한 의사결정, 확실한 말과 행동은 일이나 관계에서의 애매모호함을 줄이고 책임과 신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매사에 너무 그렇게 차갑거나 뜨거운 상태만을 지향하다 보면, 분명 부작용이란 게 발생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고의 경직성, 관계에서의 ‘손절’(끊어냄), 실행이나 도전을 앞둔 채 지나친 꾸물거림 등 말이다.
때로는 어중간함이 필요한 이유
30대 초반의 연구원 A씨도 그런 케이스였다. 평소 완벽한 일처리를 추구하는 A씨는 그만큼 업무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올 초 새로운 과제를 맡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업무 진척이 안 되고 몇 주째 답보 상태가 이어졌다. 알고 보니 이번 과제는 참신성을 요하는 것으로, A씨는 그걸 완벽하게 새로운 것으로 실현하려 하다 보니, 그 어떤 것과의 약간의 중첩도 용납이 안 되어 계속 제자리에 맴돌고 있었다. 인지적 오류(Cognitive Bias). 완벽하게 펄펄 끓는 100°C를 향한 A씨의 집념이, 오히려 0°C에서 옴짝달싹 못 한 채 스스로를 옭아매는 덫이 된 셈이었다.
결국 A씨는 자신의 비합리적 사고를 다루고 교정하는 몇 회기의 상담, 그리고 마감 기한 내 어느 정도라도 진행 상황을 보고하지 않는다면 과제 자체를 뺏겠다는 상사의 압박에 떠밀려 1차 보고를 할 수 있었다. 비록 본인의 기대 수준에 비하자면 40°C 정도의 수준이지만, 애초 아예 막혀 있던 0점보다는 진척되었으니 나머지는 차차 끓여갈 것을, 즉 ‘어중간함’이 주는 긍정적 측면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이처럼 ‘어중간함’이란, 때론 ‘유연성’의 다른 말일 수도 있는 셈이다.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6호(26.04.21) 기사입니다]

![[매일경제TV] 금융 AI에이전트 선도자 웹케시](https://static.mk.co.kr/facebook_mknews.jpg)

![[MBN] 박서진·유다이의 스페셜 매치](https://pimg.mk.co.kr/news/cms/202604/21/20260421_01110126000004_M00.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