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의 임무가 바뀐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뛰는 손흥민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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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LAFC). 사진=AFPBB NEWS |
그동안 등번호 7번만큼이나 손흥민을 상징하는 건 그의 포지션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뛰며 수많은 공격 포인트를 생산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넘어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파트너가 변해도 손흥민의 자리는 주로 왼쪽 측면이었다. 부상, 전술 등 팀 사정으로 간혹 최전방 공격수로 뛸 때도 있었으나 그의 놀이터는 왼쪽 측면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축구전문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은 프로 데뷔 후 590경기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325경기를 뛰며 119골 69도움을 기록했다. 출전 비율로는 55% 이상이다. 최전방 공격수로는 137경기에서 62골 27도움을 올렸다. 두 번째로 많이 뛴 포지션이나 비율은 23% 정도다.
그만큼 익숙했던 자리였으나 손흥민은 전문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다. 손흥민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파이어를 상대로 치른 MLS 데뷔전에서 최전방과 왼쪽 측면을 오갔다. 이어 지난 17일 첫 선발 출전 경기였던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는 마티외 슈아니에르의 쐐기골을 도우며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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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 17일 뉴잉글랜드전에서 마티외 슈아니에르의 쐐기 골을 도운 뒤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AFPBB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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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체룬돌로 감독. 사진=AFPBB NEWS |
경기 후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우리 팀에서 손흥민은 측면보다 중앙에서 더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룬돌로 감독은 왼쪽 측면에서 뛰는 손흥민의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뛰던 2012년 4월 하노버와 분데스리가 31라운드 경기에서 왼쪽 측면에서 중앙을 파고든 뒤 오른발로 골 맛을 봤다. 이때 손흥민을 마크하다가 놓친 게 체룬돌로 감독이다.
체룬돌로 감독은 팀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손흥민의 중앙 배치를 선택했다. 손흥민 합류 전부터 LAFC의 왼쪽 측면 공격을 이끄는 건 드니 부앙가다. 2022년 8월 팀에 합류한 부앙가는 첫 시즌부터 리그 20골을 비롯해 공식전 48경기 38골 15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리그 20골 10도움을 올린 팀 에이스다. 올 시즌에는 리그 23경기에서 14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과 부앙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그는 “손흥민이 공격 완급 조절을 할 때, 안쪽으로 들어오는 측면 공격수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손흥민과 부앙가는 서로 위치를 맞바꾸면서 경기를 잘 풀어갔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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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부앙가와 손흥민. 사진=AFPBB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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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 17일 뉴잉글랜드전에서 마티외 슈아니에르의 쐐기 골을 도운 뒤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AFPBB NEWS |
기본적으로 손흥민이 중앙에 자리하며 경기를 풀어가되 부앙가와 호흡으로 상대에 타격을 준다는 그림이다. 뉴잉글랜드전 추가 골 장면에서도 상대 수비수 두 명이 손흥민만을 막아섰다. 그러자 손흥민이 옆에서 쇄도하는 동료에게 연결해 마무리를 이끌었다.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의 기술과 축구 지능이 경기장에서 명확히 드러났다”며 “그는 지능과 경험을 갖춘 선수 중에서도 기술과 체력을 결합할 수 있는 선수”라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손흥민의 도움으로 득점한 슈아니에르도 “손흥민과 함께 뛰면서 더 수월해졌다”며 “그가 골을 넣지 않아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흥민의 첫 번째 임무가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 잡으면서 체력 관리 중요성은 더 커졌다. 19992년생인 손흥민은 상대 견제와 압박이 가장 심한 자리에서 끊임없이 경합해야 한다. 여기에 MLS 특유의 고된 장거리 이동도 부담이다. 체룬돌로 감독도 “손흥민이 장거리 이동을 계속하다 보면 지칠 수 있다”면서도 “스스로 잘 관리할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