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성규(아래쪽)가 27일 대구 롯데전에서 2회 홈스틸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사령탑의 경기 전 예고를 제대로 실현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발야구로 상대 선발을 흔들었다.
삼성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치렀다.
이날 삼성과 상대한 롯데의 선발투수는 알렉 감보아였다. 지난 14일 찰리 반즈를 대신해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그는 까다로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빠른 볼이 장점이었다. 다만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지적된 제구력 문제도 있었다.
삼성은 비록 2군이지만 이미 감보아와 승부한 적이 있었다. 지난 21일 경산에서 열린퓨처스리그 경기에서 감보아는 3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53㎞가 나왔고, 슬라이더 구속도 최고 146㎞까지 찍혔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7일 경기 전 "구위가 좋다고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약점도 파악했다. 박 감독은 "젊은 선수들로 뛰는 야구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감보아는 다소 큰 투구폼을 가지고 있는데, 주자가 있을 때도 슬라이드 스텝이 빠른 편은 아니다. 이에 김지찬이나 김성윤 등 주루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을 앞세워 감보아를 흔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1회는 조용히 흘러갔다. 삼성은 선두타자 김지찬이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뒤 이재현이 중견수 앞 안타로 살아나갔다. 하지만 타격 1위 김성윤도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선 뒤 르윈 디아즈는 2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하지만 2회 들어 삼성은 감보아를 흔들기 시작했다. 강민호가 우전안타로 나갔고, 2사 후 박승규의 안타와 이성규의 몸에 맞는 볼로 만루가 됐다. 여기서 김지찬이 친 느린 땅볼을 감보아가 제대로 송구하지 못했고, 롯데 내야진이 허둥대는 사이 2루 주자 박승규까지 홈으로 파고들어 2점이 들어왔다. 흔들린 감보아는 이재현에게도 볼넷을 허용해 다시 만루가 됐다.
김성윤 타석에서 감보아는 자신의 투구 루틴대로 글러브를 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성규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포수 유강남이 소리를 질렀지만 타이밍상 막을 수 없었다. 그 사이 모든 주자가 뛰었고, 감보아는 3루로 송구했지만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 플레이는 단독 홈스틸이 아닌 삼중도루(트리플 스틸)로 기록됐다. 이는 KBO 리그 44년 역사상 단 9번만 나온 기록이었다. 흔들린 감보아는 폭투까지 저지르면서 4점째를 내줬다.
롯데 알렉 감보아.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