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글로벌 ESS 시장 재공략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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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31 07:46 수정2026.03.31 07:46

[한경ESG] 나우

캐나다 온타리오 윈저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넥스트스타 에너지가 생산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출하를 앞두고 공장 내부에 보관돼 있다.(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캐나다 온타리오 윈저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넥스트스타 에너지가 생산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출하를 앞두고 공장 내부에 보관돼 있다.(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10여 년 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최대 수혜 주가 될 것으로 보고 앞다퉈 투자를 늘렸지만, 잇따른 화재사고 여파로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써야 하는 ESS에 출력은 높지만 화재 위험성이 다소 큰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다 보니 화재 문제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렇게 2017년 글로벌 ESS 시장의 70%를 나눠 가진 두 회사는 이후 ESS 사업을 ‘뒷전’으로 미뤘고, 그 빈자리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빠르게 차지했다.

SK온 포함, 국내 배터리 3사가 ‘계륵’ 같은 ESS 시장을 다시 보기 시작한 건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서다. ESS와 한 묶음인 태양광 패널 가격이 뚝 떨어진 데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도 하락한 덕분이다. 그동안 올인하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도 한몫했다.

신재생에너지 덕에 ESS 수요 폭발

ESS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설치 증가와 관련이 깊다.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은 낮에만 생산되고 밤에는 사실상 정지한다. 풍력 발전은 바람이 강한 날과 약한 날의 차이가 크다.
발전량과 수요가 시간대별로 변동하는 상황에서 ESS 없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리면 계통 불안정, 주파수 변동, 송전망 혼잡 등의 문제가 불거진다. ESS는 이 간극을 메우는 장치다. 낮에 남는 태양광 전력을 ESS에 저장해 두었다가, 밤이나 피크 시간에 다시 방전함으로써 전력망의 ‘흐름’을 평탄하게 만든다. 풍력 역시 바람이 강한 시간대의 잉여 전력을 ESS에 저장해 전력 부하가 큰 시간대에 공급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도 ‘짝꿍’처럼 설치된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데, 전력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ESS가 이런 점을 잘 메워주기 때문이다. ESS 시장 성장은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지난해 2889억7000만 달러(약 425조 원) 규모에서 2034년 5693억9000만 달러(약 838조 원) 규모로 97.0% 성장할 전망이다.

AI ESS 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2024년 154억 달러 규모로 전체 ESS 시장의 약 9%를 차지했는데, 지난해엔 258억 달러 규모로 1년 만에 1.7배가량 급성장했다. AI 산업을 이끄는 미국과 중국이 AI ESS 산업 발전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는 AI ESS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2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CATL이 12.8기가와트시(GWh)의 AI ESS 설치용량으로 테슬라를 뒤쫓는다.

K-배터리, 글로벌 ESS 시장 재공략 나섰다

달라진 배터리 3사 전략

ESS의 쓰임새가 다양해지면서 전기차에 ‘올인’하던 배터리 3사의 전략도 바뀌고 있다. 미국에 잔뜩 지어놓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ESS 설비로 바꾸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캐나다의 배 터리 생산공장 넥스트스타에너지 지분 전량을 스텔란티스로부터 인수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합작한 얼티엄셀즈의 미 국 테네시 공장은 올 2분기 내에 ESS용 리 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 할 예정이다. ESS 설비 전환에 7000만 달 러가 투입된다.

테네시공장의 설비 전환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생산 거점이 총 5개로 확대됐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은 지난해 6월 북미 최초로 대규모 ESS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미시간 랜싱 공장도 올해 상반기에 ESS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올해 ESS용 파우치를 시작으로 내년 각형 LFP 배터리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며, 이미 테슬라와 약 6조 원 규모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는 등 높은 수주 역량을 입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혼다와의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할 계획이다. 올해 생산 시작을 목표로 두 회사는 전환 규모와 시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온이 포드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올해부터 독자 운영하는 미국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 전경.(사진 제공 = SK온)

SK온이 포드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올해부터 독자 운영하는 미국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 전경.(사진 제공 = SK온)

전기차 매출 넘은 ESS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생산라인 전환을 통해 올해 말까지 ESS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늘려 글로벌 기준 6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50GWh 이상으로 규모를 키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40GWh 규모의 누적 수주를 확보했으며, ESS 배터리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는 SK온이다. 지난해 미국 플랫아이언에너지와 1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북미 ESS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생산기지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다.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전환해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올해 북미를 중심으 로 20GWh 규모 ESS 수주에 나설 예정이 다. 지난 2월 24일엔 포스코그룹과 2만 5000톤 규모의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하면서 이 공급망을 ESS 시장 확대에 적용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ESS 수주를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 3월 16일엔 미주법인인 삼성SDI아메리카(SDIA)가 미국 에너지 기업과 ESS 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1조5000억 원이다. 물량은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당초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모델에 장착할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곳이었는데 최근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면서 주요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회사와 2조 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다른 업체와 추가 계약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올해 북미 ESS 생산 능력 전망은 당초 약 20GWh에서 30GWh로 상향됐다”며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2위 규모로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오는 4분기엔 고객사의 ESS에 들어가는 LFP 배터리 생산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현재 북미 지역에서 유일한 비중국계 각형 ESS용 배터리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상자 모양인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중국산 수입 규제하는 미국

국내 배터리 3사의 ESS 공략은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수입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 강력한 법안도 준비 중이다. 미국 하원에서 중국산 ESS용 배터리 수입금지 법안을 발의한 게 그것이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제정 후 60일 이내에 미 관세당국에서 수입금지를 집행할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ESS용 배터리가 배제됨에 따른 수혜는 한국이 대부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역내 부품 조달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산업가속화법(IAA) 제정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등 제품 공세를 차단하고 있다.

김우섭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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