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 고위 인사들이 미국 워싱턴DC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해군성 핵심 관계자와 만난다. 미국 조선업 부활 방안과 동맹국 협력을 통한 선박 건조를 논의하는 자리에 공식 초청됐다.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정부, 군 관계자들과 한자리에서 만나는 건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과 신종계 HD한국조선해양 기술자문 겸 세계 조선전문위원회 의장(서울대 명예교수),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 등은 1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에서 열리는 ‘2025 셀렉트USA 투자서밋’에 참석한다. 이 행사는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투자 박람회로, 이번에는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른 조선업 투자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을 따로 마련했다.
지난해 행사엔 기업인과 투자자, 정관계 인사 등 2500여 명이 참석해 1350억달러(약 196조원)에 이르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NSC 및 해군성 주요 관계자가 총출동한다.
라운드 테이블에선 미국 내 조선업 투자 방안이 주로 논의된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내 조선업 정상화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달 10일엔 ‘미국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 8조를 통해 동맹국 조선소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모든 인센티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가 요구하는 지원 방안을 미국 정부가 듣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미국 내 조선소 투자에 적극적이다. 작년 말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인수 금액(1억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설비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달엔 미국에 조선소를 운영하는 호주 오스탈 지분 9.9%를 매입했다. 필리조선소를 상선 건조 거점으로,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스탈 조선소를 군함 건조·수리 거점으로 삼기 위해서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방위산업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생산 인력 파견뿐 아니라 미국 내 하청 공급망 재건, 공동 수주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원하는 상선과 함정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군함, 상선을 짓는 건 해외 건조를 막는 번스-톨리프슨 수정법과 존스액트법 때문에 불가능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조선업을 잘하는 국가에 최첨단 선박을 주문하겠다”고 말한 만큼 예외 조항을 통해 해외에서 건조한 선박 구매를 허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운반선과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이지스급 구축함 같은 최첨단 선박은 한국이 가장 잘하는 분야”라며 “국내 조선소를 활용한 선박 건조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섭/김대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