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최강자 굳혔지만…"빅테크 견제·中 추격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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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SK하이닉스는 눈부셨다.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찍었다. 당시 서버용 메모리 수요 폭증과 고사양 모바일 기기 보급이 맞물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계속 뛰었다. 반도체 신화는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슈퍼사이클은 예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장밋빛 미래를 낙관하며 쏟아부은 설비 투자는 고스란히 ‘공급의 저주’로 돌아왔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 전쟁에 휩쓸렸다. 서버용 D램 가격은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7조7303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의 늪에 고꾸라졌다.

역사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지금의 호황이 언제든 3년 전 비극으로 급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기술이 나오고 있고, 중국의 추격도 매섭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과거처럼 꺾일 것이라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HBM4E 내년 양산·낸드도 효자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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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23일 발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AI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마저 압도하는 전무후무한 수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다. 전체 D램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으로 추정된다.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굳힐 방침이다. 6세대 HBM4를 고객사에 적기 공급하고, 7세대 HBM4E는 올 하반기에 샘플을 공급해 내년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D램은 세계 최초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저전력 D램(LPDDR)6를 선보인다. 이달 양산을 시작한 192GB 소캠(SOCAMM)2 공급도 본격화한다.

낸드플래시 역시 SK하이닉스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기업용 eSSD 등 고수익 제품 비중을 확대한 결과다. 트리플레벨셀(TLC)과 쿼드레벨셀(QLC)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구축해 AI 수요 전반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를 장기적인 추세로 보고 있다.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데이터 처리도 폭증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가격 급등에도 물량을 확보하는 데 목을 매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에서 메모리 중요도가 높아지고 수요도 급증했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가격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청주 M15X와 용인 클러스터 투자 집행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클린룸 오픈 시점도 내년 5월에서 2월로 3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터보퀀트의 습격·中 추격은 복병

언제든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반도체 사이클 법칙’에 대한 경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복병은 LPU(언어처리장치), 데이터 압축 기술인 ‘구글 터보퀀트’와 같은 메모리 최적화 기술이다. 그간 AI 연산의 병목 현상을 HBM 물량으로 해결해 왔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새로운 칩 설계를 통해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압축 기술인 터보퀀트를 활용해 적은 메모리로도 고성능 AI를 구동하게 되면 지금의 폭발적인 HBM 수요는 순식간에 꺾일 수 있다.

SK하이닉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견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HBM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자적인 메모리 기술을 연구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SK하이닉스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경쟁 질서 재편도 위협적이다. 창신메모리(CXMT) 등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메모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엔 ‘치킨 게임’에 휩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공급의 저주’를 대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채연/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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