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이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농산물 시장을 더 개방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보는 농촌을 위해 도입된 지원제도의 연장이 추진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몰이 예정된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상생기금제도)’ 연장 가능성에 대해 “한·미 통상협상 과정을 보며 연장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20일 말했다.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상생기금제도는 10년 기한이 끝나 각각 올해와 내년 일몰이 예정돼 있다.
국회에는 이들 제도를 20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FTA 피해보전직불제는 FTA로 수입량이 급증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생산자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제도로, 2015년 한·중 FTA 발효를 계기로 그해 12월 도입됐다.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지만 농가 피해를 계산해 이듬해 지급하는 구조라 연장을 검토할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 사이에선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 지원 품목으로 선정되려면 수입된 양이 3년 평균 수입량에 피해계수를 곱한 ‘기준 수입량’을 넘어야 하는 등 요건이 복잡해서다. 그 결과 2021~2023년 예산 집행률은 5%를 채 넘지 못했다.
상생기금은 FTA로 피해를 본 농가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2017년 도입돼 10년간 조성된다. FTA로 혜택을 본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출연금을 농어업인 자녀 교육·장학 사업과 농어촌 지역 개발에 활용한다. 기업은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기금 조성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였지만 지난 3월까지 걷힌 돈은 2662억원에 그쳤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FTA 피해 농가를 지원하는 제도를 더 연장해야 한다면 단순 연장에 그치지 말고 품목별로 맞춤 설계를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